책의 제목이 小說이다.
한 이야기를 길게 이어나가는 소설이 아닌 그야말로 짧은 이야기면서도
온 우주를 망라하는 이야기 261편이 상. 하 두 권에 수록된 책이다.
작가 조용헌님은 순천에서 태어나 전북 원광대를 졸업하고 현재 익산에서 거주 하신다. 그에 장성 축령산에 휴휴산방이란 집필실이 있다하니 그야말로 작가님 스스로 전국구인 듯, 모든 분야에 막힘없는 두루 해박하심이 참으로 감탄스럽다.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작가의 '사찰기행' 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다. 명귀는 아닐지라도 어쩜 그렇게도 콕 마음에 들어오는지 모를 일이다. 구구절절 우리의 정서에 딱 맞는 일화를 들려주는 내용에 아주 깊이 있게, 재밌게 읽었다. 그 후 한 신문에 연재되는 칼럼을 계속 읽으면서 그 무엇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에 참으로 감동을 받곤 했다. 과연 얼마만큼의 공부를 해야 하며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만 이토록 깊은 앎을 지닐 수 있으며, 그 앎을 바탕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를 매번 마음속에 새겨 보기도 한다.
요즈음 대세는 골목길투어다. 그냥 막연한 골목길이 아닌 이야기가 살아있는 골목길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이야기가 경쟁력이고 상품이 되는 요즈음에 작가가 들려주는 어느 이야기 하나를 찾아 나선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원고지 5.5매, 글자 수 약 1,000여 자의 짧은 글에 포함된 이야기를 만나는 길이 된다면 손톱만큼도 헛된 발걸음이 아닌 시간길일 것 같으니 참으로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그동안 내가 다녀온 산이나 유적지들의 이야기를 만날 때면 아, 정말 그랬어! 하며 동감을 가지기도 하고, 때론 그 소중한 이야기를 놓치고 흘렸을 때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일어난다. 작가의 집필실인 휴휴산방에서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면서도 깨달은 철학 다섯 가지는 책을 다 읽었다는 아쉬운 마음 대신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켜준다.
- 장작철학 -
첫째. 장작은 도끼 맛을 본 놈이 장 탄다.
원목보다는 도끼로 한 번 손을 봐야 잘 탄다.
사람도 엄한 스승과 상관 밑에서 한 번 훈도를 받을 필요가 있다.
둘째, 혼자서는 안탄다. 장작은 여러 개가 포개져야 잘 탄다.
인간도 서로 얽히면서 성숙된다.
셋째, 젊은 놈이 아래서 받쳐야 한다.
아궁이 밑바닥에 젊은 장작을 깔아야 불이 오래 지속된다.
늙은 장작이 밑에 있으면 불이 쉽게 사그라져 버린다.
넷째, 아궁이에 깊이 넣으면 안 된다. 앞에서부터 달궈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서서히 달궈야 함을 의미한다.
다섯째, 너무 많이 뒤적거리면 안 된다.
뒤적거리면 불이 중간에 꺼져 버리는 수가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 운을 받는 방법 -
아무리 좋은 운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을 일러준다.
첫째, 말수가 적어야 한다.
둘째, 수식어가 적어야 한다.
셋째, 얼굴색이 좋아야 운을 받는다.
넷째, 현관에 들어 갈 때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야 한다.
특히 운이 좋지 않을 때에는 밖에 나가지 않고 틀어박혀서 독서를 하는 것도 팔자를 바꾸어 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아무튼 '소설보다 더 재미난 조용헌의 소설'은 참 유익한 책이다. 작가의 열정과 해박함을 느끼면서 아주 잠깐이지만, 그나마 책 읽는 동안만이라도, 나 역시도 욕심을 내보며 노력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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