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서리연

물소리~~^ 2014. 6. 27. 13:57

 

 

 

 

 

 

 

월악산 산행 중 만난 덕주공주와 마의태자의 전설은 진한 아릿함의 여운을 남겨 주었다. 고려의 왕건에게 항복한 아버지 신라 경순왕을 버리고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떠난 후, 덕주공주도 월악산에서 생을 마감했다. 덕주공주는 생전에 품었던 기도의 마음으로 마애불을 새겼으니 아마도 마애불은 덕주공주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산행 내내 그 생각에 머무르니, 정상에서의 그 좋은 풍경을 가리고 보여주지 않은 구름들은 어쩌면 그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대변한 것 아닌지… 하며 혼자만의 감상에 젖기도 하였었다.

 

망하는 나라의 왕자와 공주는 지금까지 살아온 화려함의 생활을 모두 버려야 했다. 어디 그뿐이었을까. 왕의 혈육이라는 것 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야했던 그 마음들은 어땠을까. 산행을 마친 후에도 그 아릿함이 오래 내 안을 적시고 있을 때 우연히 책 한 권을 접하게 되었다.

 

‘서리연’ 이라는 제목에서 물씬 서정성이 느껴진다. 호감을 가지고 살펴보노라니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소설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사랑이야기를 엮어 낸 작품이라 말 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진하게 내 호기심을 끌어당긴 것은 덕주공주의 눈물을 마다하고 세웠던 고려가 망하고 새로이 조선이 건국되는 과도기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새로이 건국한 이씨 조선은 고려 왕족의 왕씨 멸족을 감행한다. 고려 왕족의 여인 '왕보화'는 어렵게 살아난다. 같은 고려인으로 살았지만 왕족이 아닌 '김정'은 명나라에 유학을 다녀온 인재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힘으로 조선을 따라 나선다.

 

신흥왕국 조선 인재 정과, 王씨를 버리지 않고 지켜 나가고 있는 보화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왕조 교체기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어렵게,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사랑이야기에 나는 어느새 덕주공주를 대입하고 있었다. 덕주공주와 보화는 급변하는 시대를 타고난 불운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픽션이지만 정의 친구로 등장하는 이방원(후에 조선의 3대왕 태종이 됨)과 조선 건국에 주역으로 활약하는 정도전의 이야기가 살짝 끼어 있으니 이 또한 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흥망성쇄라는 불멸의 진리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이 진리 앞에 굴하지 않은 고려의 선비들이야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가지런히 채우며 전해오고 있다.

 

고려를 버리지 않고 조선을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두문동으로 들어간 고려의 선비들은 ‘두문불출(杜門不出)’ 이라는 고사성어를 남겼고 길이 회자되고 있다. 또한 힘으로는 약했지만 붓으로 남긴 그들의 나라사랑 마음을 우리는 지금껏 배우고 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고려 오백년의 덧없음을 노래한 시조를 배우고 외우며 과연 나는 무엇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을까. 보화의 사랑을 지켜준 정, 보이지 않는 그 역사의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꺼내어 볼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에 끌리며 가슴 찡한 사랑의 여운에 잠겨 보았다.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보다 더 재미난 小說  (0) 2014.07.17
정역 (正易)  (0) 2014.07.11
'대장경' 에서 희망을 읽다  (0) 2014.04.30
삼가고 삼갈 일  (0) 2014.03.24
매화초옥도 (그림)  (0) 201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