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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대장경' 에서 희망을 읽다

물소리~~^ 2014. 4. 30. 14:01

 

 

 

 

 

 

     유명한 사람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었다. 애통하고 서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서 부끄러운 마음에 무엇을 할 수 도 없고 마음이 갈가리 찢겨지는 듯싶다. 어찌할까. 일상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에, 무엇에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어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들쑥날쑥 책을 품고 있는 책꽂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저 읽기 쉬운 책이라도 들고 앉아 있고 싶었다. 그도 마음에 차지 않아 눈으로만 책등을 훑어 내리며 책 제목을 읽어내려 가노라니 한 책이 눈에 띈다. 조정래 작가의 ‘대장경’ 이었다. 언젠가 작가의 책 여러 권을 구입하면서 골라 둔 책으로 아직 읽지 못했음이 기억된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의 부피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책의 첫 문장, 첫 페이지의 문장이 수려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무겁게 짓눌린 마음이 조금씩 깨어나는 듯싶다. 읽어 내려갈수록 요즈음 우리가 처한 시국을 풀어 나갈 수 있는 그 무슨 해답을 보여 주는 것 같은 생각에 금방 몰입하였다. 국난으로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권력자들의 책임회피와 안일한 태도에는 무관한 채, 오직 불심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혼을 다하는 민초들의 이야기에 그냥 마음 뭉클함이 밀려왔다.

 

불법을 일정한 규준 아래 집성(集成)해 놓은 불교성서(佛敎成書)를 대장경(大藏經)이라 한다. 장(藏)이란 말은 광주리를 뜻하는 범어(Pitaka)에서 유래된 것이다. 따라서 대장경이란 말은 불교성전이 담뿍 담겨져 있는 큰 광주리라는 뜻이다. - P244 -

 

199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리의 팔만대장경은 고려 고종 때 만든 것이다. 몽골의 침입을 받은 고종은 강화도로 천도를 했고 계속되는 몽골의 침입을 불력으로 막아내고자 1236년에 시작하여 1251년에 완성했다. 작가는 이 조판 과정을 소설화하여 우리의 대장경이 예술의 혼으로 빚어 졌음을 상기 시켜주었다.

 

초승달이 노송의 가지 끝에 걸려 있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은 가느다란 초승달의 위태로움으로 무언가가 급박한 상황임을 상기 시켜준다. 그 어둠을 타고 한 사람이 부인사의 대웅전을 찾아온다. 그는 주지스님에게 몽골군이 마을 가까이까지 침투했으며 그들의 무자비한 살상을 알린다. 그들의 목표는 이 절에 보관 중인 경판전을 불사르기 위한 것이다.

 

경판전을 지키기 위해 주변 사찰의 스님들과 싸우기를 자처한 민간인들이 합심하여 목숨을 다하여 항전하지만 10만이나 되는 몽골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몽골군들의 빗발치는 불화살로 경판전은 불이 붙었고 모두가 죽었으며 주지스님마저도 적들에게 묶이어 불에 타고 말았다. 그 불 속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가 있었으니 목수쟁이 근필이었다. 하룻밤이 지난 시간에 깨어난 그는 힘든 걸음으로 불타는 절을 뒤로하고 나오다가 스님의 사리를 발견하고 거두어들인다.

 

경전을 지키기 위해 이토록 많은 승려와 민초들이 죽음으로 맞섰지만 결국 그 무엇도 지키지 못했음을 강화도로 천도한 고종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최측근인 교정별감 최우는 모두에게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고종은 그저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백성들의 근황을 궁금해 하던 차, 미행을 나서기로 작정한다. 그제야 최우는 부인사가 전소되면서 대장경도 모두 불에 탔다는 사실을 알린다. 고종은 몸져눕고 말았다.

 

이래저래 곤란한 처지의 최우는 평소 아녀자라며 무시하던 아내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대장경을 다시 판각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이에 최우는 크게 마음이 동하여 마음을 다진다. 대장경을 다시 판각하는 일이야 말로 민심을 모을 수 있으며 그 힘으로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고종 역시 환영하며 판각 불사의 왕명을 내린다.

 

당시 최고의 고승인 수기대사는 판각 불사 소식에 불편함을 보인다. 난리를 겪느라 정신없는 백성들에 큰 부담을 지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명을 거역할 수 는 없는 법, 최우와 화해하며 불사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는 준비 과정만을 3년을 잡았다. 그 후, 본격전인 판각 작업에 들어가는 기간을 또 다시 3년을 꼽았다.

 

수기대사는 장경을 붓으로 쓸 필생과, 그 쓴 글씨를 나무에 새기는 각수를 선별하여 3년 동안 단련을 시킨다. 각 지방에서 판목으로 쓸 목재를 구입하여 다듬고 찌고 말리는 과정을 3년 동안 하였다. 부인사의 화재를 최후까지 지켜보았던 근필은 목수로 일하기를 자처하고 나선다. 근필은 3년 동안 기둥 하나 올리지 않고 오직 판전의 터만을 하루 종일 바라보고, 거닐기를 반복하니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

 

대장경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정성을 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에 부끄러운 마음도 함께 있었다. 그저 단순히 글자만 새기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글씨인 것처럼 하기 위해 필생들은 3년을 함께 노력 했다. 글자를 판에 새기며 한 치라도 어긋나지 않으려고 각수들은 3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경전을 짓기 위해 목숨 바쳐 터를 둘러보며, 재고 또 재며 한 치의 흐트러짐을 용납지 않은 근필의 정신은 그대로 예술의 혼이었다. 자신들이 지닌 재주임에도 정말 혼을 다한 결정체였다.

 

섬에서 판각을 만들어 배에 싣고 강화도로 향 하던 중, 심한 폭풍으로 배 2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명도 앗아감을 읽을 때는 정말로 머리끝이 쭈볏거리며 가슴이 콩콩 뛰기도 하였다. 지금 진도 앞 바다의 일이 그대로 펼쳐지는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픔에 동조해주는 것 같은 느낌에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럼에도 또한 판각불사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에 정말 감동이었다. 지금의 우리에게 희망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참으로 마음 한 구석에 기쁨이 차오른다. 우리의 조상님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내 것인 냥 치루고 지냈을까. 그 귀함을 우리는 물려받았으니 우리도 이 어려움에 힘을 합쳐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장경의 글씨는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일정하고, 오자 하나 없는 완벽함으로 세계에서 인정해주는 우리의 보물이다. 그 안에 보이지 않게 저장된 우리 민족의 혼은 영원히 우리를 지켜 주리라 믿는다. 우연의 일치일까? 팔만대장경 지킴이 해인사대장경보전국장 성안스님이 지난 27일 오후, 88고속도로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입적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마도 대장경에 서린 혼들이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주는 것 같다.

 

혼이시여! 부디 우리의 어린 맑은 영혼들을 이끌어 주시옵소서!!

 

참회는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참회 앞에 또 다른 벌은 없는 법이다.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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