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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꽃에 엮이다.

물소리~~^ 2014. 6. 18. 10:38

 

 

 

▲ 타래난초

 

 

지난 저녁

모처럼의 여유 있는 시간을 선물 받고.

느긋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호숫가를 걸었습니다.

동안 가까이에 좋은 곳을 놓아두고

찾아오지 못했던 마음 안으로

모든 것들이 앞 다투어 나에게 밀쳐듭니다.

 

굽은 길을 벗어나 맞닥트린,

잘 다듬어진 묘소 앞에

엉겅퀴 한 송이가 곱게 피었습니다.

고운 빛에 이끌려 폰을 열고 응시하는데

무언가 환하게 밝은 모습이…

어머나, 어쩜, 타래난초입니다.

 

선명한 색이요, 섬세한 자태이며, 자연의 조화로움…

저 예쁜 모습을 어찌 하라고…

이렇게 가련하게 피어났을까?

내 관심은 엉겅퀴에서 타래난초로 급선회합니다.

 

금방이라도 휘어져 버릴 것 같은 모습으로

분홍색 꽃이 오른쪽, 아님 왼쪽으로 꼬이며

타래처럼 줄기를 휘감아 돌며 피어난 모습!!!

어쩌면 그리도 섬세한지…

 

아마 오랜만에 나선 나를

대접이라도 하듯 그 예쁜 모습을 보이니

그냥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자연이 맑고 아름다운 까닭은

그 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맑고 아름다운 까닭일까요?

알 수 없는 설렘이 잔잔하게 밀려옵니다.

 

문득

나 어렸을 적, 겨울밤이 생각납니다.

방 한가운데에 켜 놓은 호롱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은

동네의 할머니들은 모두 똑 같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삼을 삼고 계셨습니다.

긴 삼 가닥 한쪽을 입에 물고 손으로 쭉 벗겨 낸 다음,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세워진 무릎에 놓고

손바닥으로 누르듯 밀면

그 삼 가닥들은 하나로 길게 연결되어 지면서

둥그런 바구니에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앉혀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여 해보고 싶어

간혹 할머니 옆자리에 끼어 앉아 보기도 했지만

내 손에서 나오는 삼 가닥들은 그냥 스르르 풀려 버리면서

할머니의 손길을 기다리곤 하였지요~~

 

오늘 만난 타래난초의 꼬여진 모습에서

삼 가닥들이 꼬이면서 이어지는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삼 가닥이 꼬이면서 실이 만들어지고

그 실로 삼베를 엮듯이 저 타래난초는 제 몸을 꼬아가며

나를 엮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냥 엮이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폰을 컴에 열고 사진을 확인하니 영 시원찮은 모습입니다.

내일 새벽에는 산이 아닌 호숫가로 카메라를 들고 갈 겁니다.

 

오늘 새벽의 호숫가! 아,

새벽안개가 가득입니다. 타래난초는

안개에, 이슬에 제 빛을 감싸 안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안개 가득한 호수 풍경

(새벽 5시 ~ 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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