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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만나는 나무의 겨울눈

물소리~~^ 2014. 6. 25. 12:37

 

 

 

 

 

▲ 때죽나무의 겨울눈

 

 

 

 

늘 반복적인 패턴으로 살아가다보면

하루쯤 쉬고 싶기도 하고 변화를 가지고 싶기도 하는 마음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한데 이런 심리적인 요인은 우리 사람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일까?

 

요즈음 우리 뒷산의 나무와 식물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들의 삶에도 무한한 변화가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해거리라고, 한 해는 무성하게 열매들을 맺는가하면,

어느 해는 듬성듬성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도 한다.

 

올 해는 유난히 눈에 띄는 변화를 감지하곤 한다.

키가 크고 우람한 오동나무 꽃이 필 때

그 밑을 지나가노라면 아릿한 어머니 분 냄새 같은 향기를 뿜어내고

가을이면 그 널따란 잎을 노랗게 물들여 떨어트리면서

오솔길을 장판 깔듯 해주며 색다른 느낌을 안겨주곤 했는데

올해는 꽃이 피었다 졌는지도 모르게 지났다.

 

마지막 봉우리 못미처에서 자라는 때죽나무도 그러하다

해마다 꽃이 다글다글 피어나고, 꽃 진 후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며 제 멋을 자랑하곤 하는데

올 해는 겨우 몇 송이 꽃만을 보았을 뿐이다.

섭섭했지만 내년에는 더욱 풍성한 꽃을 피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속 말을 곁을 지나며 건네곤 한다.

 

오늘 새벽에도 때죽나무 곁을 지나며

그나마 피운 꽃이 행여 열매를 맺었을까 나뭇가지를 들추며 찾아보다가

깜짝 놀랄 새로움을 발견했다.

온 신경이 곤두서는 듯 화들짝 밝아진다.

세상에~~ 겨울눈이 자라고 있었다.

 

겨울눈이 가지와 잎의 호위를 받으며 조심스레 자라고 있었으니…

많은 꽃을 피우지 못했고, 많은 열매를 맺지 못했음을 대신해

이렇게 겨울눈을 더욱 튼실하게 키우고 있었나보다.

 

나무에게 겨울눈은 씨앗을 만드는 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다.

올해처럼 꽃과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하면 종족번식의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에

내년에 새 줄기가 되고, 새 잎이 되고, 꽃이 될

나무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겨울눈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겨울눈은 겨울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무더운 여름철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늦가을에 완성된다고 한다.

나무들은 이렇게 가장 생명력이 왕성한 시기인

여름부터 겨울나기 준비를 하면서 그 힘을 저장하기에

어쩜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도 맨 몸으로 버틸 수 있나 보다.

 

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는

아마도 이처럼 유비무환의 철저함으로 저장한

겨울눈 이라는 든든한 창고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이 더운 여름에 추운 겨울을 지날 준비를 하는 나무를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바라보고 있다.

날씨가 덥다고 투덜대고 있는 우리지만

나무들은 그 계절이 주는 충분한 이로움을

잘 갈무리하면서 겨울의 힘을 길러내고 있었다.

덥다고 투덜댈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오히려

올 한 해 쉬어가는 여유로움으로

우리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려주고 있다.

 

나무들이 지켜내고 있는 유비무환의 삶의 지혜를 배워보는

여름날의 이른 새벽이었다.

어쩌면 이 지혜는 요즈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어려움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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