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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인 옻나무는…

물소리~~^ 2014. 6. 7. 15:58

 

 

 

 

 

 

   성하의 계절이다. 논보리를 베고 모를 심기에 가장 좋다는 망종의 절기가 지났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바쁜 시기인 것이다. 나무들도 바쁘다. 초록 물을 더욱 더 짙게 물들이는 나무들도 초록의 출렁임에 짐짓 무거워 보인다. 무거워 자칫 늘어질 수 있겠지만 나무들은 그에 늘어지는 무게감을 즐기고 있다. 마치 새 옷을 입고 거리를 걸을 때의 그 낭창거림이랄까. 제 멋에 겨워 바람결에 마냥 잎을 날리며 스스로의 자취에 도취되어 있는 듯싶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했다. 왕성한 자람을 멈추지 못하고 자꾸만 가지를 늘어뜨리는 나무들은 오솔길을 가로막고 나서기도 한다.

 

나의 오솔길 중 가장 시야가 밝은 곳 야트막한 산등성에서 자라는 옻나무가 참변을 당했다. 새 잎을 무성하게 피워 올린 가지가 오솔길을 넘나드니 지나는 사람들에게 거추장스러웠나 보다. 오늘 새벽 그곳에 이르러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으니… 길가로 길게 내민 가지를 누군가가 무참히 꺾어 놓았던 것이다. 옻나무라 할 수도 있고 개옻나무라 할 수 도 있는 나무는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는 평범한 자태다. 하지만 가을 산에서 가장 먼저 빨갛게 단풍이 들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가는 존재다. 잡목으로 살아가면서 잘 생긴 나무들만이 숲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존재다.

 

꺾어진 가지는 하루쯤 지났을까 잎이 시들한 채 놓여 있다. 그나마 밟지 않게 하려고 한쪽으로 비켜주려 가지를 들었는데 꺾인 자리가 내 손에 닿으면서 무언가 끈적거리는 액체의 감촉이 느껴진다. 순간 섬뜩함에 얼른 손에서 가지를 놓아 버렸다. 옻나무는 꺾어진 자리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려고 독성을 지닌 진액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숲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은 한자리에서 움직임 없이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지니고 있다. 상처나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향을 내기도 하며 옻나무처럼 액을 뿜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식물들이 내뿜는 피톤치드향이라 불리는 물질은 사람들에게도 살균작용이 있다하니 우리 사람들 참 어지간히 독한 품종인가 보다.

 

예로부터 옻나무의 진액에 안료를 섞어 가구에 바르면 광택이 아주 좋다고 하였다. 또한 방수 방부 방충의 효과가 있어 가구의 수명이 길어진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광택을 내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문질러야 빛이 더욱 좋아진다고 한다. 옻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옻이 지닌 독성이 피부에 들어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기에 이 또한 사람들은 무서워하며 조심한다.

 

독이 오를까봐 조심해야 하는데 오히려 손으로 직접 문질러야 더 좋은 빛이 난다니 이는 무슨 현상일까. 꺾어진 옻나무는 이미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있을 것이다. 그 독을 무서워하지 않고 달래주는 참 마음으로 다독여주는 정성에 감동했을까? 그 마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빛을 내주는 옻나무가 아닐까. 꺾인 옻나무의 독한 쓸쓸함과 소외감이 빚은 진액과 그 독함을 마다하지 않고 부드러움으로 문질러줄 때 스르르 빠져드는 안온함의 섞임은 아름다움 이었다.

 

피 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다. 어차피 꺾인 가지에 분함보다는 남은 가지의 상처를 치유하여 더욱 튼실하게 자라야 할 것이다. 꺾였다하여 볼품없다 여기지 말고 그 마음을 손으로 어루만져 주며 서로 간에 마음을 다할 때, 그 빛이 더욱 고와보이는 이치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사물에서 이치를 배워 본다. 다행히 나는 옻이 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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