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내맘의 글방

어울려 이루어낸 일체감

물소리~~^ 2014. 3. 25. 13:24

 

 

 

 

머위 꽃

 

 

   은근하게 퍼져있는 봄 햇살은 아닌척하며 나를 기어이 끌어낸다. 멀리 나갈 수 없는 점심시간, 살그머니 사무실을 나서본다. 이 좋은 햇살 아래 행여 무슨 꽃이 피어났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리 저리 둘러보는데 딱 한 곳에 눈이 마주친다. 작은 텃밭의 돌담 밑에 소복이 피어난 머위 꽃이다. 어쩜!! 그 누구의 눈길을 받지 못한 곳에서 그나마 낮은 키마저 세우지 못하고 피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노라니 생기만은 못지않게 발랄하고 당당하다.


누구나 지나치기 일쑤인 장소에서의 자람이지만 자신이 필요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작은 꽃 하나하나가 모여 큰 송이를 이루어 하나의 꽃으로 보일 수 있음은 완벽한 어울림이었다. 각자 스스로의 잘남을 내 새우지 않고 서로서로에게 어울릴 수 있는 박자를 맞추어 정렬한 듯싶다. , 정말 춤이었다. 마스게임(mass game)이었다. 개개인의 특성보다도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일체감을 이루는 마스게임은 곧잘 단결심, 애국심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우리 학창시절에는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이에 교련실기대회라는 명칭으로 각 학교들이 경기장에 모여 열띤 경쟁을 하기도 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닌 듯, 내용에 맞춘 마스게임을 학교 운동장에서 해질녘까지 무한한 연습을 거듭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연습을 마치고 모두가 똑같은 복장으로 실전에 나서는 날이면 까닭 없이 설레기도 하였다. 예쁠 것 없는 단체복이었지만 그래도 그 중 예뻐 보이려고 얼마나 정성을 다 했던가


경기장 둘레 원형으로 된 자리에 앉아 순번을 기다릴 때, 옆에 혹 다른 남학교생들이라도 앉아 있을 때의 우쭐거림은 실전 전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하지만 온통 그런 설렘과 허락받은 듯싶은 우쭐거림은 단체행동 이였기에 가능했다. 혼자라면 할 수 없었던 용기가 아니었던가. 모두가 마음껏 웃고 해맑음을 지닐 수 있었던 그 시절을 오늘 머위 꽃을 바라보며 새삼 떠올린다.


머위 꽃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저리도 해맑은 모습일까. 머위 꽃의 순박함은 어쩌면 살아가는데 그만큼만 필요했기에 취한 최대함인지도 모른다.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꽃은 일찍이 제 몸을 이루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지켜내고 있었을 것이다


여린 잎의 쌉싸래한 맛, 잘 자란 줄기를 탕으로 했을 때의 아삭아삭한 그 맛을 더욱 기억할 수 있도록, 머위는 아마도 꽃의 예쁨을 내세우기 보다는 줄기와 잎 모두를 유용하게 할 수 있도록 일체감을 내새웠기 때문이 아닐까. , , 줄기가 각자 혼자였다면 이루어 낼 수 없었던 맛은 함께하여 이룩해 난 기쁨이 빚어낸 해맑음이었다. 따듯한 봄 햇살에 불려나간 나에게 맛과 멋을 기억하게 해준 머위 꽃과의 맛깔스런 만남이 마냥 다정스럽다.



 

 

 

 

 

 

'내맘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넘겨주는 계절  (0) 2014.05.28
봄 산의 낙엽은…  (0) 2014.03.27
책 행간에서 나를 만나다.  (0) 2014.03.21
드라마를 보며  (0) 2014.03.11
달빛에 마음을 물들이는 길  (0) 201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