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어쩌나!!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았다. 까닭모르게 눈물이 먼저 스민다. 얼마나 아플까. 육체적인 아픔보다도 그냥 허무하게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어야 하는 저 마음을…정말 안타깝다. 잠이 확 달아나며 아까운 우리 젊은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내 설움에 태워 건네며 화면을 주시했다.
나에게 스포츠는 언제나 결과만을 알고 넘어가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 소치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에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는 까닭은 순전한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2014년이라는 의미에 맞추어 개최국인 러시아 시간 7일 밤 8시(20시) 14분에 개막식을 한다고 하였다. 그 시간은 우리시간 8일 새벽 1시 14분이기에 생중계를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으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눈을 떠보니 거실의 TV에서 조금은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 개막식을 하나보다 라고 안방 TV를 켰다. 화려한 군무가 펼쳐지는 중간에 ‘전쟁과 평화, 라는 진행자의 멘트가 들린다. 아, 그렇구나! 러시아가 자랑하는 톨스토이 작품을 극화한 것 이라는 의식이 들면서 일어나 앉아 화면을 바라보며 꼬박 밤을 새웠다. 거대한 올림픽 스타디움이 무대로 변하면서 환상적인 예술잔치가 되었음에 잠을 떨친 불편함도 훌훌 날려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지구촌의 잔치는 스포츠라는 강인함의 틀을 벗어나 각국이 지닌 문학적,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며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새롭게 들면서 나의 관심이 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관심이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싶음으로 이어졌고 남자 1,500m 경기에서 그렇게 우리 선수들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온 정성과 노력을 들인 결과를 받고 싶었는데,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순간 아찔함에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먼저 스몄다.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지금 지켜보고 있을 부모님과 또 관계자들은 얼마나 내려앉는 심정일까. 그 마음을 알기에, 그 무너지는 마음을 알기에,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몰라 했던 것이다.
행복과 불행의 차이!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카레니나’ 의 첫 문장으로 기록된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라는 말은 길이 전해오는 명언이다. 이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행복이 충족되었을 때의 조건은 동일함이 있지만 불행하다 여기는 조건에서는 다 각기 다른 조건하에서 느끼는 감정이 있다는 것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남이 불행하다 여기는 여건이 나에겐 행복이 될 수 있고, 타인의 행복이 나에겐 불행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일찍이 톨스토이는 깨닫고서 그의 작품에 남겨 놓았고 그에 동감을 가지는 세계인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일 것이다. 그 좋음은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세계인의 잔치에 선택되어 보여줄 수 있는 영원한 작품성을 지니고 있음이다.
톨스토이가 그런 깊은 내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었음은 어렸을 때부터 고아로 자라며 겪은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불행을 불행으로 끝내지 않고 불행의 여건을 오히려 행복의 조건으로 여겨 나아갈 수 있음을 널리 알려주는 문호에 이르렀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운이 없어 넘어졌고, 넘어졌던 선수는 2시간 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일담에 참 많이도 마음 아팠었다. 이에 어서 꿋꿋이 일어나 재도약의 조건으로, 행복을 채워주는 여건으로 삼아 멋진 날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상 사진출처 / 인터넷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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