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강신주의 감정수업

물소리~~^ 2014. 1. 20. 21:35

 

 

 

 

 

 

 

   과대평가하는 마음도 감정의 하나임을 알았다. 이 책에서 말하기를 과대평가란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하면 그분은 진정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실제의 나보다도 늘 높은 평가를 해주는 지인께서 지난 연말 책을 또 보내주셨다. 고마움을 부담감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내심 노력하면서 책 읽기를 시작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이란 제목의 책이다. 책을 펼쳐보기 전에는 조금은 논술적으로 서술한 책이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으로 책 열기를 미루어 왔음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렵게, 조금은 책을 보내준 분에 대한 예의로 읽기 시작했는데 뜻밖의 신선함이 나를 바짝 끌어 당겼다. 사람이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해 조목조목 정리해 준 책이다. 작가는 책에 서술한 감정의 분류는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편의상 구분한 것이라는 머리글을 읽고 나서야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었다.

 

첫 번째 감정으로 나오는 비루함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만 스펀지에 물이 흡수하듯 빨려 들어갔다. 비루함이라는 감정을 설명한 분량은 5장, 10페이지에 불과 했지만 내 마음은 어느새 500페이지가 넘는 책의 48가지 감정을 다 읽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하였다. 바쁜 시간 틈틈이 읽을 수밖에 없음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러 감정들을 연속 읽어가노라니 이 감정과 저 감정은 서로 얼핏 같은 마음상태임에도 단어 풀이만 다르게 하지 않았나 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했다. 이런 우려를 작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감정 하나에 유명한 문학작품, 혹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 하나의 중요내용을 끌어와 이해 시켜주고 있었다.

 

점점 흥미가 더 해갔다. 하나의 감정을 알기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철학자 스피노자의 경구를 인용해주고, 또 다시 작가의 충언으로 마무리 짓는 책의 서술 방식은 계속 이어지는 또 다른 감정으로 재빨리 넘어가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이해시키기 위해 내용을 인용한 책 중, 이미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시금 환기시켜 주기도 하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치닫게 하니 작가는 분명 나에게 고전문학 책 48권을 읽어주는 작가였다. 나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문학작품들의 내용과 함께 이해시켜 주는 구성이 나로 하여금 책 읽은 보람을 더욱 느끼게 해 주었다. 스피노자의 어려운 경구(句)의 공부도 좋았고, 무언가를 새롭게 알아간다는 뿌듯함이 내내 함께하니 책 읽기를 소홀히 하지 못하고 작은 시간이나마 놓치지 않으려하는 마음도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디 한두 가지의 감정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표현 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으로 자신을 벼랑에 빠뜨리기도 하고,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을 삭이며 살아온 시간이 어디 하루 이틀일까. 이 책에 서술된 모든 감정들 중 대부분을 나 역시 한두 번쯤 겪어본 것 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난 이 감정들을 어떻게 삭히며 지냈을까. 책속의 주인공들처럼 싫다고 쉽게 헤어지고, 아니면 아니다 라고 당당하게 표현하며 살 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느낀 내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나의 주변, 가족들에게 좋은 결과를 위해 늘 참고 또 삭혀야만 했던 감정들이 수두룩하다.

 

이에 작가는 사물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존중하며 자신의 주인공이 되라 일러준다. 내가 살아오면서 늘 지녔던 감정들을 나도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알았다. 내 안에서 순간순간 변화되는 감정들을 잘 조절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나 자신을 스스로 돌보지 않았음을… 이런 내 마음을 책이 풀어주었다.

 

비루한 감정으로 시작하여 복수심 감정으로 끝낸 책의 전개가 퍽 통쾌하다.  살아오는 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나의 감정들에 잠시나마 위로 해 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런 내 마음이 책을 보내준 좋은님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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