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에 마음이 쏠렸다. 일찍이 혼불을 완독했을 뿐 아니라 최명희 문학관에서 주최했던 혼불 필사에도 동참한 경험이 있기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주인공 홍도가 433살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아니 처음부터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한 역사의 사실적 뼈대에 허구의 이야기 살을 부치는 것이 소설이라 하지만 조금은 허황된 감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읽기에 빠져들면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책속의 허구를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내재되 있었기 때문이리라.
작가는 말한다.
“역사는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찾아내고 새롭게 쓰는 것” 이라고 했다.(p111) 이는 아마도 작가는 소설에 대한 해석을 스스로 내려준 것이 아닐까. 우리가 배웠던 기축사화, 그에 중심인물이었던 정여립은 이 책에서는 홍도의 외할아버지다.
우리의 인식에는 정여립은 역모를 꾸민 자로서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죽음을 가져온 사람이라고 배워 알고 있는데 이 책 속에는 실학의 선두자로 재인식케 해주고 있다. 즉 실사구시의 효시라 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사실을 재발견해 준 내용이다.
옥녀였던 항아님의 혼을 받아 늙지 않고 죽지 않고 살아간다는 홍도, 그렇게 433년을 살았고, 비행기 안에서 동현이 만난 홍도는 433살의 여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오면서 우리나라가 겪은 온갖 사건들을 겪으면서 살아왔다.
동현은 자신의 영화자료로 모아두었던 이야기의 주인공을 비행기에서 만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8시간 비행 후,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동현은 자신이 전생에 홍도의 400년 전 연인이었음을 깨닫는다. 참으로, 조금은 유치한 인연의 이야기로 풀어나가지만 읽는 내내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역사적 사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한 사건의 이야기 속 주인공 홍도의 기구한 삶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의중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역사가 아닌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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