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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섬이 들려주는 이야기

물소리~~^ 2013. 12. 25. 22:29

 

 

 

 

   살아가면서 한 번씩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을 꿈꾸어 본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나무들이 잎을 모두 내리고 흰 눈이 내리며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더욱 그렇다. 막연히 찾아간 그곳은 내가 여태 만나지 못한 세상이고, 어쩌면 잊고 있었던 먼 기억이 살아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동동거리기 때문이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소매물도행 여객선을 탔다. 소매물도의 등대섬을 가기 위해 열목개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고 미리 알아본 12시 50분에 출발하는 배는 운행예정이 없었다. 난 분명히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작정하고 나선 길이었다. 섬에 가는 길은 그렇게 느닷없는 시간 길인가 보다. 바다가 알아서 열어주는 길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섬사람들,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수긍하는 마음 들. 섬을 찾아 만나고 싶었던 마음 하나를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만났다.

 

여객선이 출발하고 선장이 안내방송을 한다. 소매물도 근처 바람으로 파도가 심해 배를 대지 못 할 수도 있단다. 대부분이 여행객들인 승객들은 아무런 내색 없이 평온하기만 하다. 덩달아 시름을 내려놓으며 바다와 눈 맞춤을 한다. 물이 참 맑다. 색감이 참 좋다. 이래서 한려수도라 하는가. 이리저리 제 몸들을 부려놓고 밀리는 물결들을 바라보노라니 문득 겨울바다는 채찍보다도 더 아프다한 말이 떠오른다. 바다를 채운 물들은 그저 순리대로 밀리고 밀리며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바다 멀리 나갈수록 배의 출렁임이 많아지고 배의 후미를 따르는 거센 물보라들도 키를 점점 높여간다. 그 낯설음에 불안해지는 내 마음과 달리 여행객이 아닌 섬 주민들인 듯싶은 사람들은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있거나 도란도란 앉아 이야기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에게는 신비하고 아름답고 때론 무섭기도 한 바다풍경이 그들에겐 일상일 뿐이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짙푸른 물결이 저 쪽 끝에서 넘어올 듯 부푼 모습이다. 어쩜 정말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일까.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들이 참으로 위대해 보인다. 저 넓은 바다에 빠지지 않고 서 있으니 정말로 신기하다. 바다가 어머니라면 떠 있는 섬들은 자식들일까. 어머니의 따듯한 품에 안겨있는 섬, 때론 내가 섬이 되고픈 까닭은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유아적 기억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바다 에는 어머니 가 들어 있으니 분명 바다는 우리의 어머니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근원이기도 하다.

 

비진도와 대매물도에 몇몇 사람들을 내려놓고 선장은 마이크로 묻는다. “여러분 소매물도에 내리실건가요?” 하니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네” 합창을 한다. 배는 다시 소매물도를 향해 나아간다. 부교 옆에 배가 닿을 즈음 선박관계자들은 배가 부교에 닿으면 빨리, 멀리 뛰어 내리라 한다. 아, 무서웠다. 출렁이는 배에서 출렁이는 부교에 내린다는 것, 정말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소매물도에 도착했다.

 

산등성에 자리한 마을인가? 이미 관광지화 된 섬에는 펜션들이 더 많았다. 섬 주민들의 집은 한 10여 채나 될까? 어쩌면 그들은 섬 생활이 아닌 반 육지적인 삶의 형태로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는 세태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불어 닥친 걷기 열풍은 미지의 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불러내고 있다. 자연 그대로를 지니고 있는 섬 길을 걷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유의 늪에 빠져든다. 갈 수 없는 나라처럼 여겨졌던 섬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걷기열풍은 길 만이 아닌, 늘 뭍을 그리워하는 섬사람들의 생활 형태까지 바꾸어 놓고 있음이 한 눈에 보인다.

 

선착장에 내려 만난 첫 풍경은 해안절벽이었다. 기묘한 바위들이 마치 섬을 호위라도 하듯 뾰족하니 서서 늠름함을 자랑한다. 마음이 금세 환해진다. 몇 발자국 걸어 오르니 등대섬 가는 이정표가 있다. 국립공원 한려수도답게 이정표 모양새가 국립공원에서 제작한 낯익은 모습이었다. 길 위에는 파란색 줄을 그어 이 길이 바다백리길 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길을 따라 오르는데 늑대만큼이나 큰 몸집의 하얀 개가 나타난다. 순간 무서웠다. 헌데 그들도 사람이 그리웠을까. 내 앞까지 내려오더니 몸을 돌려 나를 앞서는데!! 어쩜 우리가 예약한 숙소펜션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아하! 그들은 우리가 걷는 방향만을 보고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있나보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목 앞에서 뚝 멈춘다. ‘고마워’ 하는 말을 건네고 숙소로 향했다.

 

외양을 이국적으로 꾸며놓은 펜션의 주인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기다리니 헐레벌떡 숨을 고르며 나타난다. 이 분은 이 섬의 선착장 앞에서 매점도, 음식점도 하면서 이 숙소펜션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하다. 주인은 원래 이 섬의 주민이었을까? 의문은 의문대로 남겨놓고 일단 방에 배낭을 내려놓고 숙소주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곧바로 바다백리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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