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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동기를 부여받다.

물소리~~^ 2013. 12. 6. 21:52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절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이유는 길을 걸으면서 혼자 이야기하고 웃고 하는 모습이 어찌나 어색하고 민망해지는지 절로 몸을 사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작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듯 지금 내 손에는 휴대폰의 단계를 지나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문득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에 비친, 절대 늙지 않을 거라 믿었던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듯, 그렇게 나도 모르게 손 안의 전화기에 시나브로 젖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내재된 무궁한 이용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전화, 문자, 사진 찍어 주고받는 일, 아 그러고 보니 카톡이란 일을 새롭게 만났다. 하지만 카톡도 문자메시지의 수준이었다. 다만 외국의 지인들과 메시지처럼 실시간으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새롭다면 새로울까.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을 그저 세대 탓으로 치부해 버리고 무심히 지나던 어느 날, 심심한 시간에 스마트폰 화면을 검지로 쓱쓱 넘기다가 헬스라는 아이콘을 만났다. 무어지? 하며 클릭하여 열어보니 폰 주인의 건강을 지켜주는 명목으로 만보기가 내재되어 있었다.

 

하루 10,000보 걷기를 책정해 놓고, 하루 몇 걸음을 걷고 있는지, 또 식단을 짜 놓고서 내가 과연 얼마만큼의 열량을 소모하고 있는지를 체크해 주는 내용이었다. 관심이 훅 동하였다. 그렇잖아도 사람이 하루에 만보정도는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였지만 사실 하루에 만보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내심 체험 했기에 무관심으로 흘려버리고 있었다.

 

막연히 새벽마다 한 시간씩 걷는 것으로 만보가 충분히 될 것이란 자만심을 가지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터에 어느 하루, 한 시간 걷는 걸음 수를 입으로 세며 걸었던 적이 있었다. 6,500보 정도에서 그친 것이다. 생각보다 적은 수에 내심 놀랍기도 하고 실망도 하면서 동안 관심을 끄고 있었는데 폰에 내장된 만보기를 보니 정기적으로 체크를 해 보고 싶었다.

 

역시나 새벽시간의 한 시간 걸음 수 는 7,000보가 되지 않았다. 아침 산책시간 이후로는 걷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물론 사무실에 종일 앉아 있으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며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거의 없음에 놀랍기만 하였다.

 

우리는 직립인간이기에 서서 걸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적인 편리함만을 추구하면서 인간 본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로인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해로움뿐이었다. 더 움직여 인간 본연의 모습인 직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어긋남 없는 육체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만보 걷기를 주장 하는 것은 아닐까. 온 국토가 걷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음은 단순한 여행길만은 아닐 것이다.

 

폰의 기록을 보고 싶어 일부러 만보를 채우려 노력하였다. 우체국에 다녀올 일도 걷게 되고, 가까운 은행에 다녀 올 때에도 걷는 습성이 절로 생겼다. 그래야만 만보가 채워졌고 만보가 채워지면 스마트폰은 팡파르를 울리며 금메달을 걸어준다. 물론 그림의 금메달이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폰의 만보기는 아주 냉정하다. 높은 산에 오르면서 장시간을 걸어도 전혀 발걸음 수를 덤으로 더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또박또박 걷는 걸음으로 수를 헤아려 준다. 실제로 가야산을 올라 6시간 30분 동안을 걸었는데도 걸음 수는 26,000보가 되지 않았다. 평지에서 잰 걸음으로 한 시간 걸음 수에 맞추려면 높은 산에서는 근 2시간을 걸어야 함을 경험했다.

 

또한 호주머니에 넣고 걸을 경우,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하면 걸음 수를 올려 주지 않는다. 요즈음 뒷산을 오를 때에 날씨 탓으로 두터운 패딩 점퍼를 입곤 하는데 점퍼 호주머니 안에 넣어둔 폰은 걸음을 온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수를 헤아리지 못한다. 아까운 걸음을 1,000보 씩 까먹기도 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내 걸음수를 높이고 싶어 폰에 관심을 가지고 지내는 날들이 심심하지 않다. 걸음 수를 헤아려 보고 싶어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남에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우체국에도 걸어가고 은행에도 걸어간다. 저녁참에 쓰레기도 일부러 버리러 다녀온다. 그렇게 오가며 만나는 자잘하면서도 정겨운 풍경들도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으니 덤으로 기분 좋은 시간들이다.

 

성능 좋은 스마트폰의 활용가치 하나를 찾았으니 뿌듯하다. 비록 기계지만 내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고 있다. 동기에 힘입어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순간 나는 내 안의 활기를 찾아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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