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좋은세상님과 함께한 고인돌 이야기

물소리~~^ 2007. 6. 24. 22:23

 

 

 

 

 

 

 


낯선 고장의 공용버스터미널은 우중충하였다. 
늘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야 별로 느끼지 못 하겠지만
귀한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내 마음은 언짢았다. 
어쩌나~~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얼마나 실망하실까~~ 하는 조바심이 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버스의 승객들이 하차 하는 곳을 주시하며  서 있는데
웬 남자분이 다가서더니 혹시 누구 기다리시느냐고 물으신다.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분의 성함이 '***' 이느냐고 다시 물으시는데,
아마 내 얼굴은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사람 만나는 표정이었으리라...
좋은세상님의 부군께서 날 먼저 찾으셨고, 우리는 서로 30여 분을 어긋나 있었던 것이다.

저쪽 2층 계단에서 내려오시는 좋은세상님!! 세상에!!
이해인 수녀님의 환한 미소처럼, 맑은 얼굴의 웃음은 너무나도 친근한 모습이셨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어색하기만한 했던 내 행동은 어느새 찾아 볼 수 없었고
전혀 낯설지 않은 반가움을 우리는 아낌없이 나누었다. 언제나 건전한 의식으로
마라톤을 완주하셨고, 자전거를 즐겨 타시며, 조깅을 생활화 하시는 좋은세상님 답게
전체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여린 단단함이셨고,  5시간 여의 만남의 시간 동안에는
그 이미지를 조심스럽게,  때론 조용히 감탄하며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
제 3의 공간에서 서로 얼굴을 모르고
주고받는 글 속에서 나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고
그 힘에 이끌려 움트는 궁금함과 호기심은 신비함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남의 갈증을 해소시키고자 한 장소는
신비함을 가득 안은 수 천 년 전의 영혼들이 깃들어 있는 고인돌 유적지였다.

나는 겁이 더럭 났다.
신비함을 충족 시켜주기 위한 신비함에 대한 지식이 너무 얇았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하여 어느 정도 베일에 싸인 나의 신비함이 안개 걷히듯 걷히는 실망스러움을
전하고 싶지 않다는 어설픈 나의 욕심은

신비함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준비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내가 아는 고인돌에 대한 상식은
역사 시간에 배웠던 '선사시대의 돌무덤’ 이라는 정도였다.
급하게 여기 저기 검색을 해보고 찾아 가고자 하는 곳의 내역을 살펴보기도 하였지만
내 마음의 부족함을 채우지 못하고 그 날 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

아!  행운이였다!  아니 행운이 나를 찾아 왔다고 표현해야 함이 옳을까??
모 일간지의 토일 섹션지에서 우연히 만난 책 '버드나무는 하룻밤에도 푸르러진다' 는
고인돌의 역사성에 픽션을 가미한 소설이었다.
활짝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구하기로 결정했지만 마음이 급했다.
이 책을 꼭 읽고 나의 신비함을 만나야 했다.

책의 희소성을 감안하면 가까운 서점에 간다는 것은 헛수고 일뿐!!
얼른 인터넷 주문을 통해 손안에 쥐어진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은 다소 무리였지만
일에 소홀히 한다는 지청구를 들어가며 읽은 책은

다행히 딱딱한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어느 정도 고인돌에 대한 감성이 일어났다.  그랬다 그것은 분명 감성이었다.

책은 세 즈믄 해 (3천년)의 사이를 두고
3 천 년 전의 여인 아로와
3 천 년 후의 여인 홍야진의 삶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 지어 이야기로 엮어 나간다.     


3천년전의 여인 아로는
마을의 우두머리인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이웃 마을의 돌쟁이 다륵과 결혼을 한다.
하지만 다륵은 아로의 뱃속에 아이를 남겨두고

고인돌에 별을 새기는 법을 배우고자 아사달로 나간다.        
그가 떠난 2년여를 아로는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신기를 가지고
마을의 우다간이 되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다시 돌아온 다륵은 고인돌을 만들다가 고인돌에 깔려 숨진다.

3천년후의 여인 홍야진은
말단공무원인 남편의 근무지인 강원도 양구에 들어가면서부터
타향살이에 정을 붙이지 못하며 살아가다가

어느 날 산나물을 캐던 중 고인돌 군락지를 발견하고
그 주인공들의 삶을 상상한다.
우리 독자들은 아로와 여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안에 있음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다.

아로의 삶을 읽을 적엔 나는 고스란히 선사시대의 사람이 되었다.
홍야진의 삶을 읽을 적엔

나는 다시 현재의 30대 여인이 되어 그네들의 삶을 저울질 해보면서
아로와 다륵이 남기고자 했던 고인돌의 야무진 모습을,

오늘날의 과학으로도 입증을 할 수 없는
신비함을 알아내고자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따라 다녔지만, 내 마음에 남는 것은
죽은자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산자는 죽은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성스러움이
시간을 뛰어 넘어 한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밖에 알아 낼 수 없음에 정신이 아뜩해지곤 했다.
인간은 죽어서까지 흔적을 남기고 싶어 했던 욕망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고인돌의 축조과정은 이집트 피라미드의 불가사의에 못지않은 신비함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이 되어 세계문화유적지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 유적지의 방문이
내 개인적인 불가사의의 아름다운 인연으로 이루어 졌음에 난 정말 너무 뿌듯하였다.
인연을 만나기 위해 고인돌 공부를 한 내가 부끄럽기도 하면서 뿌듯하였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 주신 좋은세상님!!  감사합니다.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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