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
- 연꽃을 만나러 가자는 약속을 기다렸고,
그냥 그렇게 설레이더니
연못 입구에 들어서니
나보다 먼저 연꽃을 만나고 돌아가는 바람 속에
연향이 묻어 있었다.
지난해,
지 지난해,
지 지 지난해 만나고 갔건만
잊히지 않는 기억 한 자락은
바람처럼 만나러 간다.
바람은 만나고 가지만
나는 단지 만나러 간다.
만나고 돌아오는 내 길에는
연향대신
蓮子밥의 든든함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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