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강천산 기행

물소리~~^ 2007. 10. 23. 13:32

 

 

강천산에서 가져온 낙엽

 

 

   정예화 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함은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모임도 예외는 아닌 듯… 일행들의 느린 행보는 단풍든 가을 산을 가고픈 나의 마음에 더욱 조바심을 가하더니 급기야 산행시간을 단축한다는 공지사항이 전달된다. 그럴 수야 없지… 나에게는… 산 아래 도착하여서는 점심식사부터 한다고 모두를 식당으로 안내하는데 나는 짝꿍에게 살짝 여운을 남기고 슬그머니 일행에서 빠져 나온다. 밥이야 매일 먹는 것 이지만, 이런 경치 좋은 곳에 오기는 쉽지 않은 일!! 더구나 강천산은 나에게는 처음인지라 모처럼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해발 583.7m의 강천산은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 운다. 그만큼 산수가 수려하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곳에 오기위하여 굽이굽이 굽어진 길을 보노라니 과연 한국동란 당시 빨치산들이 은둔하여 활동을 했던 곳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깊은 계곡과 바위와 나무가 우거진 숲들이 인상적이다. 참 희한하게도 매표소를 사이에 두고 경관의 경계가 확연히 달라진다. 입장권 체크를 마치고 오솔길을 들어서면서부터 만나는 계곡은 푸르디 푸르다. 끊임없이 조잘대는 물소리, 우람한 바위, 오솔길 양옆에서 한창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나무들은 나의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나무와 계곡과 물빛과 기암괴석들은 왜 그리도 고운지…. 그냥 내 마음도 단풍처럼 물이 들고, 물소리에 젖어들고 바위처럼 든든해진다.

 

가을나무는 아름답다. 자연섭리에 조금치도 어긋남 없이 여름 내내 무성했던 잎들을 조금의 미련도 없이 바람에 의지하여 떨어 버린다. 그렇게 떨어진 잎들은 다시 한 번 계곡의 맑은 물에 제 몸을 헹구며 끝까지 고운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물위의 나뭇잎들은 우리 인생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표가 된다. 맑은 물위에 떠서 피라미들과 친구하는 단풍든 낙엽들이 너무 예쁘다. 참 깨끗하다.

 

어느덧 강천사에 도착! 그 어느 산사와 다르게 느낌이 사뭇 다르다. 가람의 배치나 구조가 조금은 어수선한 것은 나만의 느낌인가? 대웅전 옆 산등성이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보랏빛 쑥부쟁이에 더 눈길이 쏠리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렌즈를 통하여 보이는 쑥부쟁이는 더 화려하다. 약수로 목을 축이고 계속 길을 이어간다.

 

삼인대쪽으로 갈까? 어쩔까? 하며 두리번거리며 멀리 눈길을 돌리는데 저 위 까마득히 아찔하게 걸려있는 구름다리가 보인다. 수직에 가까운 철제계단을 올라 구름다리위에 서니 오금이 저려온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조심스레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가 지나 왔던 길이 아스라하게 펼쳐진 풍경이 참 아름답다. 조금씩 다리가 흔들릴 적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나는 밧줄을 더욱 힘주어 잡으며 스릴을 느껴 보는데 두려움이 더 크다. 위에서 바라보니 산을 오르는 길도 여러 곳인 것 같아 모두 다 한 번씩 지나가고픈 마음이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구름다리 건너 곧장 올라가는 길을 선택했는데..정말 길이 만만치 않다.

 

기어오르는 듯해야 하는 급경사는 물론 온통 뾰족 뾰족한 돌투성이의 길이어서 여차하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을 정도이었다. 그 길을 숨 가쁘게 오르기를 30여분! 드디어 신선봉 정상에 도착하여 팔각정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나를 마중하며 나의 힘듦을 싹 거두어 가 버린다. 저 아래 구름다리와 강천사가 한 눈에 보이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다. 물 한 모금과 가져온 귤 2개로 목을 축이면서 내 눈 아래에 펼쳐진 가을 정경들을 내 몸 구석구석에 담아가지고 내려오는 길, 그 길은 더 가파르다.

 

외로운 밧줄 하나에 의지하지만 발은 저절로 동동 걸음을 걷고 있다. 깊은 골짜기로 들어서니 전망대에서 보여 지던 풍경들은 일시에 사라지고 울창한 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제 잎을 떨어내며 나를 안내하고, 물이 적은 계곡에 수북하니 쌓여있는 낙엽들은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을 산의 아름다움은 단풍나무만이 아니다. 갈색, 연노랑, 짙은 노랑, 등 제각각 색으로 단장하여 서있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어쩌면 단풍나무보다도 더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는 옻나무들이 보이지 않는 질서를 이루며 어울려 있기에 가을산은 아름답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몇 개는 내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다. 나는 얼른 그 나뭇잎을 소중하게 줍는다. 우리 사람들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거늘 나 오늘 이 낙엽들과 고운 인연으로 남아 있고 싶어 내 손안에 넣어둔다.

 

낙엽들과 애틋한 시간을 가지며 깊은 산속의 길을 빠져 나오니 아까 어느 길로 갈까를 망설였던 곳, 삼인대에 도착, 다시 강천사 입구다. 은행 따는 작업이 한창이다. 구린내가 진동하여 행여 나에게로 떨어질까 달음박질로 은행나무 밑을 지나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은행나무는 자기가 있는 곳을 알리기 위하여 저렇게 냄새를 피운다는 말이 생각난다. 공룡이 무척이나 은행을 좋아했으며 은행은 공룡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하여 냄새를 피웠다는 역사적인 이야기이다.

 

일행들과의 모임 시간이 거의 다 된듯하여 바삐 발걸음을 옮기니 내 짝은 병풍폭포에서 나를 기다리고, 나와 동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자기는 물과 햇빛으로 이루어지는 무지개를 보았노라고 몇 번이나 자랑을 한다. 내 다시 이곳 강천사에 올 기회가 되면 그 때는 오늘 가지 못한 길을 택하여 걸어보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꾸만 서쪽으로 지는 노을 속으로 섬세하게 보여 지는 산 능선의 고운 선, 그 자리에 서서 차츰 제 빛을 잃어가는 나무들의 침묵이 가슴시린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무슨 사연의 슬픔으로 저리 고운 아름다움을 남겨 놓는지 정말이지 알/고/싶/다/ 동/행/하/고/ 싶다.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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