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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한라산을 오르다(2)

물소리~~^ 2008. 12. 30. 15:31

 

 

 

 

빨간선을 따라 한라선을 오르고 내려왔다.

 

 

백록담과 감격의 눈 맞춤을 하고 서서히 주변의 경관에 눈을 돌려본다. 맑은 날씨덕분에 제주시가지 전체와 멀리 추자도까지 보여주는 맑음으로 눈빛이 반사되니 나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일행들이 여기저기 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그런데 웬 까마귀들이 그리도 많은지 우리들이 한 번씩 던져주는 음식물을 받아먹으려고 날아오르기를 반복하는 그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하얀 눈 속에서 만나는 온통 검은빛의 까마귀들이 자꾸 거슬리는 이유는 아마도 선입견에서 오는 감정 일 것이다. 백록과 까마귀 잘 어울리는 색의 대비가 아닌가. 저들은 어쩌면 사라져 버린 백록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을 한없이 늘릴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하산을 시작하였다. 백록담에서는 오후 1시 30분까지 모두 하산을 하여야 한다. 세상에!! 난 그렇게 아름다운 설경을 여태 보지 못했다. 내려오기 아쉬워 조금 걷다 뒤돌아보기를 반복하면 그 때마다 모습을 달리 보여주는 백록담의 풍경은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뒤를 돌아보는 마음은 후회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 하지만 다시 또 언제 올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간절하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설경을 바라보는 감탄의 마음이 한꺼번에 요동치니 무슨 마음이 내 마음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구상나무들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힘겹게 눈을 안고 있으며 멋진 자태를 마음대로 펼쳐주고 있다. 죽어서도 천년을 살아간다는 나무답게 더 멋진 모습으로 눈을 안고 있는 구상나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그려 낼 수 없음은 물론 모든 나무가 다 각각 다른 모습으로 서 있으니 내 눈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는 일이다. 눈에 푹 싸여 있는 모습은 높은 곳의 바람을 피하려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차가운 눈을 오히려 따뜻함을 안겨주는 대상으로 맞이하는 나무의 모습에 왠지 모를 초연함이 느껴진다.

 

 

아이젠과 스틱이 없이 움직일 수 없는 정말 어려운 코스였지만 나는 여차하면 앉아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왔다. 눈으로 빚은 조각처럼 서있던 구상나무들도 내 모습이 우스운지 웃는 모습을 보이면 나는 또 얼른 사진을 찍으며 그들에게 답례를 했다. 내가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음은 걸음이 늦은 남편을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여유였지만 우리 가이드는 시간이 지체 될 수 록 애가 탄다.

 

 

 

디카가 아닌 필카로 찍은 사진을 스캔함.


낭떠러지를 표시해 놓은 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한순간 줄이 휘청 늘어지면서 내 몸이 힘없이 줄에 끌려 눈 속으로 빠져 버렸다. 자칫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 했지만 그 순간 웃음이 나오는 나와 사람들의 어! 어! 하는 놀라는 표정이 너무 대조적이었다. 그나마 줄을 꼭 잡았기에 다행이었다. 나는 속으로 관음사방향으로 길을 잡은 것은 퍽 다행스럽다고 반겨했다, 너무나 경치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백록담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능선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가느다란 붓으로 섬세하게 그려놓은 풍경화~~ 아니 이런 모습을 화가들이 그려냈겠지만 그림을 먼저 보아온 편견으로 산수화 같다는 표현밖에 할 줄 모르는 나의 지식이 형편없이 초라하기만 하였다.

 

 

진달래대피소에서 백록담가는 길. 뒤의 정상까지 2시간을 걸었다.

어느 정도 낮은 곳이라 생각되는 지점부터 다시 헐벗은 나무들이 빼곡하고 눈밭 속에서도 서걱대는 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조릿대들의 모습을 만난다. 다리는 자꾸 힘이 빠져 가지만 끝이 없는 길은 내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옛 선조들이 얼음을 보관하였다는 구린굴을 지나면서 부터는 다시 한 번 오르고 싶다는 아찔한 마음이 자꾸 스쳐간다. 지금 다시 올라 갈까? 갔다 오면 아니 될까 하는 아쉬움 속에 바라보는 한라산의 정상이 아스라해질 무렵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9시간을 걸어 꼴찌에서 두 번째로 도착했지만 아직도 한 무리를 더 기다려야 하는 마음이니 조금 덜 미안하다. 주차장에서 버스타고 또 다시 쉴 틈도 없이 배를 타고나니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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