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도봉산에 남겨 놓은 우리의 이야기

물소리~~^ 2008. 2. 28. 07:57

 

 

 

 

 

 

 

   우리에게 늘 행복을 전하시는 행복전도사이신 좋은세상님께서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은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나 혼자만의 들뜸을 안고 세상님의 틈새시간을 여쭈어 보니 의외로 온전한 하루의 시간을 내시면서 방학동에 거주하시는 인순님과 함께 도봉산행을 하는 계획을 잡자고 하셨다. 2월 26일 약속한 이 날을 기다리며 까닭 없는 설렘과 손에 잡히지 않는 허둥거림의 마음을 느껴 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를 일이다.


우리의 만남을 축복이라도 하듯 내린 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 주었으니 오늘만큼은 봄을 시샘하는 눈이 아닌 축복의 눈이 혼자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설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만남에 대한 정경을 상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횡단보도 건너편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시던 인순님의 모습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지만 혹시나 하고 두리번거리니 건너편에서 “금와님 맞지요?” 하신다. 목소리부터 웃음까지 소녀 같은 순수함이어서 깜짝 놀라움을 반가움으로 대신하며 조우한 우리에게 찾아온 약간의 어색함은 금방 눈 녹듯 사라지니 이는 인순님의 꾸밈없는 자상함과 친근함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 서 있노라니 저쪽에서 이해인 수녀님을 닮으신 좋은세상님께서 그 환한 웃음으로 다가 오시니 더 없는 반가움의 물결이 넘실댄다. 미국이 아닌 늘 우리 곁에서 생활 하신 듯싶은 세상님의 소탈하심에 분위기는 금방 배가 되고 만다. 세상님과 나는 두 번째의 만남이었고 인순님과의 만남은 처음이었지만 조금의 어색함이 없으니 글로 나눈 마음은 그 어느 친한 친구나 가족보다도 더한 마음의 끌림이 있었다.


인순님의 안내로 산행을 시작했다. 우리가 약속한 10시의 시간에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으니 오늘을 기다려 왔던 서로의 마음을 말없이 확인할 수 있어 눈보다도 더 포근한 마음이었다. 새하얀 눈이 내린 도봉산은 내 마음을 깨끗이 비워 주었다. 사실 도봉산행을 약속한 후에 도봉산을 알고 싶어 도봉산의 표정과 나무와 꽃들을 책을 찾아보고 나름대로 공부를 했지만 산은 그만 새하얀 눈으로 싹 덮어 버리면서 깨끗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봐 주기를 원했다. 나의 마음을 덮는 대신 자신의 모습을 감추어 버리는 모습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내 허영의 자존심을 나 스스로 깨달으며 내 마음을 비울 수밖에 없었다. 가파르기도, 혹은 미끄럽기도 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동행이 있으니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울의 복잡한 도시 안에 이토록 아름다운 산이 있었다니 사계절을 이루어 낼 수많은 나무와 꽃들의 모습을 그려내기엔 너무나 턱없는 나의 식견이었다.


잠시 쉬면서 바라보는 우이암 절경은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 하는 듯 우람하다. 소의 귀를 닮았다고 지어진 이름이란다. 아마 우이동은 이 바위이름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조금 더 올라가 내려다 본 산 아래 골짜기가 우이동이라 알려 주시는 인순님의 말씀에 문득 생각이 연결 지어진다. 내 직장생활 하던 시절 단합대회 장소로 즐겨 찾던 곳이 저 우이동 골짜기였던 것이다. 우리는 공통된 화제의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며, 오가는 사람들과 정겨운 인사를 빼 놓지 않으시는 좋은세상님의 활달하심에 저절로 마음이 환해지면서, 인순님의 산에 대한 설명과 곳곳의 사연들을 들으며 천년고찰의 원통사에 이르렀다. 원통사는 도봉산의 최고의 길지에 자리했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절을 둘러싼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다. 오랜 고찰임을 알려주듯 단청은 퇴색하였고, 오래 된 대웅전의 용마루가 특이했고 뒤에 우뚝 자리한 우이암이 마치 대웅전의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것 같았다. 차마 함부로 할 수 없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고 절을 둘러싼 풍경들을 감상 하였다.


원통사를 뒤로하고 점심식사를 위해 우리는 전세방 바위를 찾아갔다. 그 곳에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있으니 인순님 하시는 말 “ 이 방 언제 뺄 거예요?” 하시니 그 분들 답하기를 “우리 금방 입주해서 아직 방 안 빼요!” 한다. 우리는 웃으며 그 전세방 차지하기를 포기하고 하얀 눈 위에서 노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또 하나씩 앉는 깔개를 깔고 앉아 인순님이 손수 준비하신 갖가지 먹거리를 꺼냈다. 찰밥, 식혜, 찹쌀부꾸미, 배, 사과, 커피 등을 맛있게 먹으며 환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니 머리 위 소나무위에 앉아 있던 눈들이 눈 사래를 치면서 우리들 이야기에 동참을 한다. 눈 위의 약간 경사진 자리에 펼친 돗자리는 저 혼자 조금씩 미끄럼을 타며 내려오니 우리들은 저절로 간격이 좁아지며 코 닿을 거리가 되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또 다른 길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람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계곡과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서있는 나무들의 위세에 영험함을 느끼며 내려오는 계곡 아래의  하얀 눈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더 없이 정겹다. 그 정겨움 속에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노래를 부르며 우리는 아쉬움을 감추며 산을 내려왔다. 다 내려와 뒤 돌아본 도봉산은 그대로 우뚝 서 있으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테니 오늘 못 다한 이야기 일랑 다음에 와서 들려 달라고 하며 고운 손짓으로 인사를 한다. 몸은 이미 내려와 있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도봉산위에 걸려 있다. 내 고운 인연들과의 그리움 한자락 도봉산에 걸어 놓고 왔으니 언제든 부르면 내 안으로 달려 올 그런 추억을 만들었다.


늘 고국의 마음의 행선지를 따라 카드를 긁고 계시는 것처럼 미국에 거주하시면서도 서울시내의 교통카드를 가지고 계시는 세상님, 자원봉사 활동을 하시면서 보람된 생활을 하시는 인순님! 좋은 생각으로 좋은 시간을 함께해 주심에 깊은 마음의 감사를 드립니다.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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