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대 앞태 입석대 뒷태
2011년 10월 16일, 오늘은 뒷산을 오르는 대신 좋은 님을 만나러 무등산을 향해 가는 날, 새벽부터 부산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버스주차장에서 솔잎향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향님께서는 자가용주차장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다시 자가용주차장까지 걸어가니 멋진 차림을 하신 솔잎향님께서 멀리서도 알아보시고 손을 흔들며 다가오신다. 어색할까 혼자 염려 했었지만 더없는 반가움이 앞서 달린다. 서로 스치기만 하여도 알 수 있는 정겨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모습보다도 이미 충분히 마음을 나눈 덕택일 것이다. 이 시간을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 하셨을지 괜히 마음이 시큰해진다. 벤치에 앉아 정담을 나누는 사이 명진님네 차가 스르르 들어오면서 손짓을 하신다. 누구보다도 낯익은 정현과 성현, 그리고 선하신 아빠의 모습을 대하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서로 간에 여유를 가지고 임하자 했기에 조금 늦었다 생각되는 출발 시간이었지만 맑은 날씨에 알맞게 부는 바람은 우리의 걱정을 싹 거두어 가 버린다. 그냥 무조건 좋았다. 간밤의 천둥번개와 함께 몰아친 비는 아마도 우리의 발길을 가볍게 해주기 위한 축하 전야제였던가 보다. 먼지를 재워 주었으니 얼마나 상쾌하던가. 오르는 길목 초입에서부터 작살나무를 만나니 향님께서 사진과 함께 올리신 글의 모습을 만난 듯하다. 상상했던 것을 만나는 일만큼 경이로운 일이 또 있을까. 아마도 오늘은 경이로움 속에 풍덩 빠질 것 같은 예감이다.
산 아래에만 서 있어도 무등산의 정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산을 오르는 초입부터 잘 다듬어진 구간 구간의 길이 정겹다. 이미 진 꽃자리에 열매를 매달고 있는 물봉선, 활짝 피어 있을 때는 장관을 이루었겠구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어쩌나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무심히 흐르는 것을… 그에 따르지 못함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현재 보여주는 모습을 아름답게 느끼는 것으로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 당산나무까지는 땀이 후줄근히 흘렀지만 수월하다.
당산나무 (수종:느티나무 수령: 450년)
당산나무 아래에 일등으로 도착한 정현에게 멋진 폼을 잡으라 하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성현에게도 권유하니 낯설음을 타는 듯싶은 성현의 모습이 귀엽다. 어깨에 맨 배낭끈에 눌린 어깨가 가려웠는지 서슴없이 옷을 비켜 내리며 긁어 달라는 성현을 보니 와락 껴안아 주고 싶다. 오늘 무등산이 우리 성현이를 으뜸으로 안아 주기를 속으로 기원해 보았다.
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휘감긴 다래덩굴
그들이 있어 이 가을이 정녕 아름다운 것일 것이다. 문득 눈을 들어 저 멀리 산 능선을 바라보노라니 알맞은 곡선으로 부드럽게 서로를 이어주며 어깨를 기대고 있는 모습이 우리의 정겨운 초가지붕 같다. 눈의 피로함이 저절로 풀어지는 부드러움이다. 높이에 비해 그리 가파른 느낌을 주지 않는 산이다. 나무에 빈 가지를 제멋대로 휘감고 있는 다래넝쿨의 자태가 이 산을 꽃꽂이라도 해 놓을 심산이다. 이방인처럼 보이는 모습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며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내 눈에 그렇게 보였음이리라.
중머리재
무등산이 품고 있는 놓칠 수 없는 정겨움을 마음으로 눈으로 담으며 걷노라니 어느새 506m 중머리재에 도착했다. 긴 숨을 내쉬며 오른 중머리재는 말 그대로 풀 한 포기 없는 맨땅이었다. 중의 머리처럼 맨살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조금은 익살스럽지만 그런대로 이치에 맞는 이름이 아니던가. 그곳에서 바라본 광주시내의 전경,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오밀조밀한 건물들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려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만 이렇게 바라볼 뿐, 그 누구도 말하지 않음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연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품어 삭이는 아픔으로 더욱 성장해 가는 우리 사람들 아니던가. 중머리재 표시석이 그대로 산이다.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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