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을 오르며 내 기쁨을 배가해주는 또 다른 하나는,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지리산의 야생화를 만나는 일이다. 지금은 봄꽃이 거의 질 무렵이다. 이미 열매를 맺기 시작한 그들을 보며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를 기다려 주었다. 높이 오를수록 온도 차이가 있었음인지 그들은 꽃으로 나를 반겼다.
목적지를 정하고 나아가는 길, 곳곳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꽃들은 집이 없어도 자기가 피어난 그곳이 낙원인 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내 몸이 바쁘면 그들은 곁을 주지 않는다. 몸을 정지하고 고요히 바라보면 그들은 비로소 나를 의식해주는 몸짓을 보여준다. 세상의 만물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춘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 보며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 혹은 무엇의 이름을 알고 있음은 모습을 기억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난 꽃 하나에서도 특징을 찾아내며 기억해 주려 한다. 특징을 기억해주며 인정해주는 기분 좋음으로 함께한다면 서로가 살아가는 지혜를 마음의 눈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얼레지
나도옥잠화
선괭이눈
현호색
풀솜대와 개별꽃
구상나무
알록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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