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을 읽으면서다. 평소 열하일기에 작은 관심이 있었기에 선택한 책읽기에서 나는 작가가 박지원의 열렬한 팬이라고 단정을 짓고 말았다. 그 뒤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를 읽게 되었고 작가의 깊은 역량에 감동을 받았다. 고전평론가라는 작가의 직함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지인으로부터 작가의 ‘나의운명사용설명서’를 선물 받고 의외의 내용에 호기심이 가득해진다. 사주명리학을 해박함으로 이해시키며 풀어나가는 글, 다소 어려움이 따랐지만 사주라는 단어의 신비함을 조금은 알 수 있을까하며 더디게 꾸준히 읽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주, 운명 이런 것에 전혀 무관심했다고 말 할 수 없다. 남편이 사업을 하는 관계로 가끔씩 답답할 때면 문득문득 한번 찾아가 볼까? 하기도 하고 아이들 장래에 대한 의문이 들 때도 한 번씩 해답을 얻고픈 마음이 적잖게 내재되 있었다. 하지만 그를 실천에 옮기진 못했다. 그런 장소를 찾아간다는 것부터 꺼려지기도 했고, 설령 안다고 해도 진실로 이어질까에 대한 의구심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의구심을 풀어보고 싶었을까. 책을 보내준 지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열심히 읽었다.
작가는 서문에서 현대는 힐링과 치유의 시대라 말한다. 이에 놀라운 사실은 힐링이 넘쳐날 수록 상처는 더 깊고 다양해진다고 하였다.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좋은 힐링은 틀에서 벗어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 보는 것이라 알려준다. 이에 자신의 운명을 직시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운전하는 삶의 기예를 터득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하였다.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은 읽을 때 뿐, 머리에 남아 있지를 않는다. 지구가 23.5도의 기울기를 가지고 돌아가듯 사람 역시 완벽하게 두루 갖추고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나가 부족하면 다른 하나가 넘침을 지니고 태어난다니 참으로 공평하지 않은가. 이에 넘침과 부족함을 잘 풀어 나가는 일이 삶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타고난 팔자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 운명을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라 한 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다. 사회의 발달과정에 따라가느라 잊혀가는 자신에 아파하지만 말기를 원한다.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 그것이 곧 상처의 원천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117p)고 하였다.
사주명리는 생년일시를 가지고 평생의 운을 읽어 내는 것이라 한 대목에서 나는 사람들이 결혼할 때 왜 사주를 주고받는지를 알았다. 태어나며 받은 자신의 운명을 따르면서도 개척해 나가는 힘이 필요함을 일깨워주며 강조한 내용의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경우를 대입해보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늦은 나이임에도 결혼을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중매가 들어왔다. 결혼을 못하고 있음을 늘 걱정한 그녀 어머니는 그녀의 사주를 보러갔단다. 그에 결과는 그녀의 말년에 살이 끼었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하던 차, 생일을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음력생일을 양력으로 바꾼 것이다. 그렇게 결혼을 했고 그녀는 바뀐 생일을 기념하며 순탄한 생활을 해 나갔다. 타고난 운명은 비켜갈 수 없었음일까. 언제부터인가 그녀 앞에 살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순간순간 자신의 운명을 상기하며 비켜나려 노력했다고 한다.
남은 생활 속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팔자를 잘 다스리는 기예를 터득한 것이라 믿고 싶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녀를 생각했던 것이다. 진정 살이 그녀의 팔자라면 그녀는 바뀐 생일로서 해법을 찾아 운명을 개척해 나간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꽉 차 오른 것이다.
이 책, 어려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살아오며 느끼는 호기심의 하나인 사주명리이었기에 난잡하게 책 속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또한 오이디푸스콤플렉스의 이야기에 놀란 마음이었지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안티 오이디푸스의 해법은 자신에게 있다고 알려주는 작가의 말에 큰 위안을 받으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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