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얼씨구! 우리가락!! - 공연 -

물소리~~^ 2013. 11. 9. 12:40

 

 

 

 

살풀이춤 / 임귀성

 

 

 

   우리지역의 예술회관에서 공연하는 ‘우리가락, 우리숨결’ 의 공연 티켓을 받았다. 무릇 이 시기가 되면 어느 단체든 한 해의 결실을 맺는 의미의 공연과 전시를 많이 하곤 한다. 그냥 무관심으로 지나쳐 버릴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마음 기울이면 꼭 관람을 할 수 있는 마음을 이끌어 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올 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허전함을,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는 여유로움으로 바꾸고 싶은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나무들은 울긋불긋 물들어 가고, 곳곳의 공간에는 잘 다듬어진 국화분이 나란히 앉아 국화 향을 내뿜으며 내 발길을 재촉한다.

 

우리가락이라는 전통성이 있어 국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하니 그녀도 이미 티켓을 확보하고 있었다. 시원스런 목소리로 회관에서 만나자는 응답을 듣고 나니 조금씩 흥이 움틀 한다. 공연시작 전까지, 친구를 기다리며 회관 쉼 의자에 앉아 프로그램을 뒤적이며 얼마 전에 읽기를 마친 ‘노름마치’의 책 내용을 상기해 보았다.

 

오늘 출연진들은 대부분 출중한 경력을 가진 명창들이었다. 판소리, 살풀이춤, 진도북춤, 민요, 창극 등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담은 예술의 향연이랄 수 있기에 그 명인들의 삶을 다룬 책의 내용이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다.

 

가장 절실한 우리의 것들이지만 자꾸만 사라져가는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의 맥을 잇고 정통성을 살리기 위한 명인들의 노력은 단순히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 스스로의 신명을 어쩌지 못해 누가 알아주든, 말든 오직 우러나오는 신명을 거스르지 않고 뿜어내는 삶이 있었기에 나는 이렇게 그들이 찾아주는 흥에 빠져 들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당연히 예술로 자리 잡은 어엿함은 우리의 흥을 자연스레 동참시키고 있다.

 

명인들은 소리로 춤으로 기예로 우리의 아름다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느닷없이 요란한 북, 징소리들이 들리더니 사물놀이 패들이 객석사이로 입장을 하고 있다. 시작부터 친근함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모아간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악기를 가지고 하나의 장단을 이루어 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7명의 춤꾼들이 진도북춤을 춘다. 복장도, 북을 맨 모습도 그리 정겨울 수가 있을까. 그들은 북만 치는 것이 아니라 가냘픈 몸으로 춤사위를 짓고 있다. 그들은 예술의 경계를 짓지 않고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모든 요소를 몸속에 지니고 있었다.

 

명창들 8분이 남도민요 육자배기를 불렀다. 북과 아쟁, 가야금, 대금의 장단만 있을 뿐인데 그분들의 소리에서는 완벽한 음이 흘렀다. 어디 음률만 있었던가. 덩실거리는 몸짓에서 몸 전체에 흐르는 음률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살풀이춤! 어쩌면 내가 오늘 가장 보고 싶어 한 공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몸놀림으로 마음의 한을 최대한으로 풀어내는 춤, 춤이 안고 있는 사연이 하마 하얀 수건만큼의 길이 뿐일까. 수건을 돌리고 뿌리치기도 하는 동작은 아마도 몸으로 표현 못하는 뜻을 품고 있지나 않은지. 살짝살짝 치켜드는 치맛자락 사이로 비치는 버선발의 부드러움은 치켜든 손끝의 강렬함을 아우르고 있었다.

 

판소리명창부에서 장원과 함께 각종 화려한 수상경력을 지닌 김수연 명창의 춘향가! 정말 듣고 싶었다. 무대 위에는 소리하는 소리꾼과 북장단을 주는 고수, 이렇게 두 사람만이 올라있다. 소리꾼들이 득음을 하기위해서는 폭포 앞에서, 폭포소리를 뛰어넘는 소리로 기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 했는데… 온 무대를 휘감아 울리는 소리에 저절로 빠져 들었다. 어쩌면 정작 소리보다는 그 노력의 결실을 보고 싶어 한 나만의 애달음이 아니었을까.

 

그 소리에 점점 빠져드는 관객들은 저절로 ‘얼씨구’ 추임새를 넣어주고 있었다. 옆에 앉은 친구의 추임새가 어찌나 구성 맞는지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춘향이 이도령과 이별하는 장면에서의 설움이 하도나 절절하니 관객들은 저절로 박수를 보낸다. 명창은 잠깐 숨을 돌리더니 “ 춘향이 이도령과 이별하려면 울어야 하는데 여러분들의 박수소리에 웃음이 나오니 이를 어쩐다오‘ 하는 소리외의 농담에서 우리 모두는 함께 웃었다.

 

저절로 나오는 박수! 노름마치의 작가는 정녕 시간을 잃어버린 순간 저절로 나오는 박수를 ‘시실리(時失里) 박수’라고 한 기억이 난다. 아무 사심 없는 최고의 순도를 지닌 박수라 하였으니 지금 내가 보내는 박수 역시 시실리박수가 아닌지…

 

전남도립국악단 협연의 창극은 우리를 온통 웃음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흥부가 중 ‘화초장’ 부분의 극을 어찌나 재미나게 연출하는지 우리 전통이 지닌 해학의 깊이를 새삼 느껴 보았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온갖 정을 쏟아내며 권선징악의 교훈을 저절로 느끼게 해주는 우리의 이야기! 정말 재미나게 보았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명창들의 흥타령에는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타령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한 번씩 부채를 펼쳐들 때 흘러내리는 소매 깃이 왜 그리도 예쁠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즐거워지고 흥에 들썩인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난 시간,  9시 넘은 밤바람도 아마 공연장에 끼어 있었는 듯, 한결 부드러움으로 나를 감싼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55개의 계단 턱을 하나하나 세며 내려오면서 조금 전 공연의 흥을 아끼고 아끼며 걸었다.

  

 

 

*. 공연장 내에서의 사진촬영이 규제되어 있었지만

   어제는 제재를 하지 않았고,  여러 분들이 사진촬영을 하였다.

   나의 뒷좌석과 조명으로 인하여 사진의 역할을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 공연장 무대

 

 

 

 

 

 

▲ 사물놀이

 

 

▲ 진도북춤

 

 

▲ 판소리 '춘향가' 중 / 김수연 명창

 

 

▲ 창극 흥부가 중 '화초장'

 

 

▲ 민요 흥타령

 

 

▲ 난타와  상고돌리기

 

 

▲ 총 출연진들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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