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길섶에서

물소리~~^ 2013. 10. 25. 22:11

 

 

 

 

 

 

   바람이 불고 조금은 추워진 날씨였지만

   가을빛이 참 고운 날이었지요.

   햇살을 여전한데 바람결은 약간 싸늘했지요.

 

   오늘처럼 높은 하늘 아래로 스쳐오는 싸늘한 가을 기운은

   살아있는 식물들의 잎새를 말려죽게 한다고 하지요

   이런 현상을 숙살(肅殺)의 기운이라 표현하지만

   어쩌면 이 또한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요?

   잎들이 마르면서 남은 영양분으로 열매를 익혀가는 그런 이치요.

   그래서 싸늘한 기운이 좋은가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殺을 좋아한다고 생각지는 마셔요.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자연의 말없음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애써 변명해 본답니다.

 

   사무실 근처의 학교 담을 따라 거닐다 만난

   사물들에게서 가을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들을 곰곰 새겨보노라니

 

   열매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들꽃 하나에도 이름을 세세히 붙여준

   우리의 조상님들의 지혜가 참으로 존경스러워요. 그래서인지

   막힐수록 옛것을 더듬어 보라는 이치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지요.

 

   니체는 말했지요.

   ‘ 생은 길섶에다 행운을 숨겨 두었다 ’ 고

 

   오늘 걸은 길섶에서

   전 이렇게 작은 행운을 찾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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