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그 남자네 집

물소리~~^ 2007. 5. 10. 17:07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허둥거려 질 때면 나는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책 읽는 자세로 나를 잡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여러 일로 한없는 나락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이겨내고자

선택한 책은 박완서 작가의 그 남자네 집’...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왜 그런지 얼마 전에 다녀온 절 암자의 작은 방의 모습이,

아니 그 방안에서 나 혼자 느껴 본 그 감성들이 조용히 떠 올려 지면서 떠나질 않았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자신의 첫사랑을 고스란히 되살려놓은 연애소설인데

연애라는 통속적인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산문에 가까운 그런 내용이었고,

작가가 말하는 당신의 첫사랑에 빠졌을 때의 나이쯤에, 나는 태어났고,

그 작가가 소설가로 등단 할 즈음에,

나는 그이의 첫사랑 시절인 20대 초반이 되어 서울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그 시절 그 때의 나의 서울생활이 작가가 경험한 첫사랑 시절의 서울의 생활과

별반 차이 없음에 시대차를 초월한 동질성으로 착각하면서 책속으로 빠져 들었다.

서울 객지 생활에서의 외로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방안의 따뜻함이 얼마나 평온한 마음을 가져다주었는가를 상기하면서

동시에 아늑했던 암자의 작은 방을 연관 지어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단순히 연애 감정만을 살려 놓은 그런 소설이 아니라.

전쟁 직후의 우리 사회의 세세한 삶의 여러 면들을 다시 보여주는 사실적 묘사에

더 동감이 되어 지면서 작가라는 눈 높은 사람과 나를 동등하게 할 수 있음이

더 뿌듯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만약 내가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사실을 소설화시킨다면 어떠할까???

아마도 난, 주위 사람들의 뜻밖이라는 반응은 물론,

내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한테 추궁 받는 일을 면치 못하리라....


이 작가는

한 나라의 내 노라 하는 작가이며, 그런 당당함이 있기에

혼전의 첫사랑이 있었음은 물론, 결혼 후에도 그를 만났으며,

그를 만나서 일탈을 꿈꾸어 왔던 일까지도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고운 감성으로 말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작가의 주위 여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기에 조금은 감추어 두고픈 일들을

사실적으로 소설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는 지금 일흔이 넘은 나이도 한 몫을 했으리라는 사실을

작가의 머리말에서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내가 체험한 것은 거의 다 썼는데, 유일하게 쓰지 않은 이야기? 라며

?소설을 쓰는 동안은 연애편지를 쓰는 것처럼 애틋하고 행복했다? 고,

또 칠순에 연서를 쓰는 일은 기쁨이자 고통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 내 생각은 왜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소설화 했느냐고 묻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도 참 억지다.

나는 지금 박완서 님의 또 한권의 책을 들고 있다.

호미’

어쨋거나 작가님의 섬세함에 난 늘 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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