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미쳐야 미친다 (不狂不及)

물소리~~^ 2007. 6. 3. 10:04

 

 

 

 

 

 

2005년도에 읽은 책이었는데

요즘 이곳 글마당에 자주 들어오면서 느낀 점은

서로의 만남이 참 좋고,

글쓰기라는 주제로 가진 만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좋은 만남은 맛남이다. 라는 말을 알려 주었고

옛 선조들의 글쓰기 마음자세를 조금 엿 볼 수 있는 이 책이 생각나서

한 번 올려 본 글입니다.

지루한 글이라 생각되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

 

'미쳐야 미친다' 는

한자어 '불광불급(不狂不及)'을 풀이한 말로 어떠한 경지에 도달하려면

그 일에 미치도록 몰입해야만 한다는 조금은 역설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으로

조선시대의 학문의 주축을 이루다시피 한 사람들의 내면을 통하여

과연 그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을 다스리며, 어떠한 정신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한 책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미쳐도 너무나 멋지게 미친 우리 선조들의 실제 이야기이다.

 

1부 '벽에 들린 사람들' 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벽이란 단어의 신선함에 놀라웠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벽(癖)이란 단어에 부정적인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즉, 도벽, 주벽, 낭비벽 등 나쁜 행위만을 떠 올렸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 책에서는 무언가에 미치도록 몰입하는 행위를 '벽' 이라고 정의하였고

그 벽이 가져오는 결과는 참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주었다.

 

한 예로 조선시대 사람 김득신은 본래 아둔한 사람이다.

그러나 수많은 책을 수 천 번, 수 만 번씩 읽고 외우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으로 우뚝 선다. 노력하고 미치면 안되는 게 없다는 것을

그 어렵던 시대 조선지식인을 통해 체득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현재의 나를

바라볼 수 있다는 말처럼 이 책에서는 노력하여 이루어내기 위해 몰입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다.

 

2부는 소중한 만남의 일화들을 들려준다.

'좋은 만남은 맛남이다' 라는 멋진 글귀도 선사한다.

얼마나 맛깔스런 표현인가??

 

홍길동의 작가 허균과 화가 이정의 만남,

특히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읽을 적엔

아버님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였다.

정약용이 황상에게 가르친 말의 일부를 보면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외우는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로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깊이 연구함)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 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 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한 사람과의 좋은 인연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인생관까지 바꿀 수 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으니

이는 분명 진리임에 틀림없으리라

삼라만상이 다 변하여도 진리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하였지 않은가?

 

여기에서 박지원의 은유와 풍자를 엿 볼 수 있는 '척독'을 알았다.

척독이란 엽서처럼 짤막한 편지를 말함인데

박지원이 이 척독을 이용해 그만의 특유한 은유와 풍자로

친구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화를 들려주며 좋은 만남을 이야기 한다.

 

3부에서는

'일상에서도 큰 깨달음을 이루는 선조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의 천재적인 선조들은 평범 속에서 비범을 찾아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골치 아픈 담배 연기 속에서 법문을 이끌어 낸 이옥!

벗의 새로운 집을 위해 써준 글에서

'헛것을 보지 말고 제대로 보라' 고 일갈한 박지원!!

 

그리고,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의 심장을 두들긴 글은 단연 홍길주의 명문장이었다.

그는 '일상의 모든 것이 글' 이라고 하였다.

꼭 펜을 잡고 글씨로 써 내려가는 것만이 글이 아니고,

주변의 사물을 보고 느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글이라고 하였다.

그 느낌이 있어야 글이 나온다는 이치이다. 이것을 저자인 정민교수는

'입력이 있어야 출력이 있다'라는 비유를 했으니 얼마나 통쾌한가?

나는 손뼉을 치며 동감하며 감격하였다.

 

나 개인적으로 우리 선조 들 중 박지원, 정약용을 참으로 존경한다.

그들의 천재성과 역사에 기여한 행동에서 큰 자부심을 느껴왔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 그 들의 일상적인, 인간적인 또 다른 면을 보았고

그래서 더욱 친근함을 느꼈으며,

나도, 아니 우리 아이들도 무언가에 미치도록 몰입하여

한 경지를 이루어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런 야무진 꿈도 가져본다.

 

이 책을 읽은 후,

나의 지식의 길이가 어쩌면 한자도 더 넘게 늘어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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