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남한산성

물소리~~^ 2007. 6. 9. 13:47

 

 

 

 

 

 

 

이런 경우를 머피의 법칙이라고 해야 되는지 아니면

겁퍼슨의 법칙이라고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집과 사무실의 컴퓨터가 며칠 사이를 두고 동시에 말썽을 부리기에

집의 오래된 컴퓨터는 큰맘 먹고 새로 구입을 했고

사무실 컴퓨터는 요즈음 아이들 말로 '싹 밀었다’

그 과정에 각종 문서자료의 백업만을 신경 쓰느라고

가끔씩 인터넷 쇼핑 시 결제를 위해 등록해놓은 신용카드의

인증여부를 확인해 놓지 않은 까닭에 카드 결제의 진행이 제대로 될지가 궁금하였다. 하여

그 진위를 파악하기위해 시험 삼아 인터넷 도서구매를 작정하고 선택한 책이

요즈음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한산성’ 이었다.

 

주문을 계속 진행하면서 '결제하기’ 배너창을 클릭하는 순간 개구리가 파리 낚아채듯

재빠르게 나타난 또 다른 창은 '결제가 완료 되었습니다.’였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재빠르게 결제를 해 간 인터넷에 웃음이 나온다.

빠르게 돈을 받아간 만큼 책 또한 빠르게 배달이 되었고 나는 그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요즈음 글마당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는 재미에 빠져있는지라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근 5일에 걸쳐 읽기를 마쳤다.



★★

삼전도의 굴욕!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병자호란 시 인조임금이 남한산성에 피신해 있다가 결국 청에게 불복한 사건을 두고

우리는 굴욕이라고 배웠다. 그렇지만 작가 김훈은 당당하게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행위를 굴욕이다, 치욕이다, 라고

함부로 말 한다면 그건 졸렬한 행위라고 말한다.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동안

남한산성에 갇혀있었던 임금은 고독하였다.

식량이 떨어지고, 무기도 없는, 그렇다고 군사력도 없는 병사들을 데리고

성을 지켜 나가야 했던 임금 인조는 외로웠다.

우리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적과 싸워야하는 이들의

절망과 고독과 불안감의 극치를 느껴 본 적이 있는지...

 

신하들은 임금의 마음을 모른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말(言)들만 난무할 뿐이었다.

 

어려운 일을 당 했을 때에는 근본에 따라야 한다’ 고 배웠다면서

임금에게 명에게 예의를 지키고 청과의 결사 항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상헌!

 

삶을 훔칠 수는 없으며 또한 거저 누릴 수 없는 것이기에

비록 배신의 멍에를 짊어질망정 살아야 한다면서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

 

군사들의 총책임을 맡고 있으면서도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김류!!

 

성의 사수를 책임진 이시백은 그나마 기상이 있다고 해야 될른지...

 

승정원의 사간들은 매일같이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라고만 적고 있다.

 

그래서 임금은 제 뜻을 펼 수가 없었다.

임금의 생각과 신하들의 생각이 어긋나는 경우, 경들은 물러가라’ 고 하면

신하들은 물러나고 그래서 임금은 더 외로웠다.

 

성안의 백성들은 모셔야하는 임금이 계시기에 모든 것을 포기한다.

곡식을 나누어야했고, 살아있는 가축과 짐승을 내 놓아야했다.

먹이지 못해 죽어가는 말(馬)을 끼니로 만들어야 했고

아무런 준비도 없는 병사들은 성을 지키는 동안 동상과 굶주림 속에서

한 겨울의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임금은 이 모든 상황이 초조하기만 했을 터’

 

강한자 청은 약한자 조선에게 못할 짓이 없었다.

약한자의 임금은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이 없었다.

그래서 나아간 길이 삼전도에 포진한 청의 황제 앞이었고..

우리의 임금과 세자는 무릎을 꿇었다.

아! 그리 해야만 했던 인조임금의 그 심정을

우리는 얼마나 헤아릴 수 있는 것일까...

 

사대부들의 난무한 말(言) 속에는 민초들의 삶은 무시되어지고 있었다.

꿇은 무릎을 펴고 일어난 임금은 세자와 자존심을 잃어야 했지만

민초들은 어느새 찾아온 봄을 맞아 농사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작가 김훈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미려하다.

그는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에서도

그의 특유한 단문체로 독특한 역사소설을 지어낸다.

이 책 역시 비록 임금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면도 있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면서 나라를 구하고자했던 벼슬을 가진 지도층과

기를 펴지도 못한 체 숨죽여 지내야만 했던 민초들의 절박한 심정들이

잘 나타나 있는 이야기이다.

 

역사 속에는 언제나 현재의 내가 존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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