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문학의 숲을 거닐다.

물소리~~^ 2007. 5. 24. 10:30

 

 

 

 

 

 

호젓하다. 외딴길. 오솔길, 귀퉁이, 모퉁이, 이런 말들에는

정감이 어려있다.

고요하지만 쓸쓸하지 않고,

모든 사물이 나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듯한...

그런 정경... 어쩌면 나만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그런 조그마한 어느 곳이 떠 올려지는 그런 모습에

참 정다운 말들이다.

 

사방천지 고요함의 호젓한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얼마나 애잔한 마음일까?

햇살 부서지는 오월 어느날의 한낮에

이 갸냘픈 씀바귀는 누굴 기다리고 있을까?

 

 

장영희 교수의 문학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 를 읽었다.

이 책은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가 모 일간지의 칼럼에 실었던 글들을 모은 책으로

그 일간지를 구독하기에 매번 접해본 글이었는데도 책으로 대하는 느낌이 남다르다.

 

장영희 교수가 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접해온 문학작품들의 내용을

요즈음의 사회일상과, 또는 작가가 접해온 일상에 접목하면서

그 작품이 뜻하는 내면의 세계를 피력해 주는 내용으로

아! 그렇구나! 하는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그 분의 많은 독서량에 부러움이 앞선다.

 

작가가 서두에서 문학은 일종의 대리 경험이라고 피력한 말에 나는 적극 동감한다,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 한계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하고 살 수 없는 우리에게

삶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고 했다.

작가가 열거한 수많은 책들 중에는 내가 읽은 책들도 더러 있었지만

언젠가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고서는 읽지 못한 책들이 있기에

어쩌면 더 읽기에 몰두했었는지도 모른다.

 

읽었던 책의 내용에서는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면서

나를 환히 비추이기도 하였고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은 나로 하여금 머릿속을 꽉 채우기 바쁘게 만들어 주었다.

장교수님은 문학작품을 빌어 학생이 아닌 독자들에게 멋진 강의를 해 주셨다.

아니, 작가는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며 책을 통해 사랑을 만나고 길을 찾자는 초대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도록 공감을 불러일으킨 한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제목에서도 문학의 숲이라 했듯,

모든 문학은 결코 자연을 벗어 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진리를 찾는다는 나의 어쭙잖은 지식에 힘을 실어 준책이다.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반체제 서클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어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사형집행시간까지 남은 5분을 어디에 쓸까를 생각하다가

2분은 옆 사형수들과 인사를 하고 2분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데 쓰고

나머지 1분을 주위의 자연을 한번 둘러보는데 갑자기 사형중지가 내려진다.

귀중한 시간 중에 1분이나 할애한 자연!

자연은 한 사형수를 살려 주었다.

 

시각과 청각의 중복장애를 극복한 헬렌켈러 여사는 훌륭한 문필가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의 수필로도 선정된 그녀의 작품 '단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는

사흘 중 첫날 오후에는 숲속을 거닐면서 아름다움에 취해보고 싶다고 한다.

 

미국의 작가 윌든은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라는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고 하고 그가 실제 머문 곳을 윌든호수 라고 한단다.

 

작가와는 상관없지만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여왕이 부정(不貞)의 누명을 쓰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에 한 말은 '아, 오월이군요’란다.

 

이렇듯 무한한 감성을 이끌어내는 자연의 신비함을

책 속의 내용에서 확인해 보는 마음은

아마도 요즈음의 계절과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오솔길가에 오롯이 피어있는 씀바귀꽃을, 찔레꽃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으로 연상하며

나 혼자만의 정감을 얻어내는 내 모습도 자연 속에서 얻어지는 감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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