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물소리~~^ 2007. 7. 30. 23:17

 

 

 

 

 

 

 

추억의 간이역

이제 장마가 끝나서일까?
곳곳의 폭염주의보는 더위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데
마음은 벌써 가을이 기다려진다.
일주일만 있으면 절기는 입추가 되고, 보름 정도만 견디면
아침저녁 바람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찌는 듯 한 무더위 속에 들어있는 '입추'의 절기는
아마도 남은 여름을 짜증 내지 말고 고이 보내라는 메시지인 듯하다.

우리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여행을 하고픈 마음을 가지고 산다.
일상에 구애됨이 없이,
산과 강과 바다를, 바람에 실려 다니고 싶은 것이다. 
여행길에서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활력소가 되어주기 때문이리라.
한여름의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요즈음 너도 나도 더위를 피해
산과 강을 찾아 나서는 것도 어쩌면 삶의 재충전을 위한 일일 것이다.

이 한 여름,
나는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위가 아닌..
모두가 떠나서 텅 빈 듯 한 거리의 한쪽에 위치한
소박한 사무실에 앉아 책을 읽는 것으로 더위와 친해지기로 하였다.
이 책은 피서를 가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여기 저기 안내하며 나를 끌어주고
나는 편안히 앉아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의 여행을 즐기면서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이란 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간이역!
그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가!!
오래되어 낡고 허름한,
철길을 따라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
한적함에 고여 있는 외로움은
그 옛날 번성했던 화려함의 그림자일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역사(驛舍)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정선아라리 한의 울림을 지닌 아우라지역을 거닐었으며,
이별과 그리움의 계곡에 있는 별어곡역을 훔쳐도 보았고...
영화의 배경이 된 공전역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모래시계 드라마에 등장함으로써
연인들의 그리운 장소가 되어 버린 정동진역의 소나무와 사진도 찍었고
누군가의 아픈 사랑의 낙서가 가득한 망상역에서는
낙서가 내 것인 양 망상에 젖어 보기도 하였다. 
더욱 반가운 것은
이 책 안에서는 우리 고장의 역도 추억의 간이역이 되어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차마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아쉬운 주옥같은 글귀들을 그냥 놔두지 못하고
연필로 죽죽 선을 그어가며 역들을 따라가기에 나는 바빴다.

오래된 역사(驛舍)의 흔적들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상품화 되어서 전해져 오지만
형체 없이 전해지는 그들의 숨결은
어느새 오래 되어 낡은 것을 좋아하는 내 마음 안에 들어와
나를 그 현장으로 끌어 들이는 매력이 있다.

여행의 가장 기본적인 수칙은 혼자라는 데에 있다한다.
둘 이상이 함께 떠들며하는 여행은 진짜 의미가 아니라 한다.
혼자서 고독, 우수, 신비. 설렘, 그중에 자신과의 만남.
이러한 속에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이 작가는 일깨워준다
참으로 동감한다.
이 한 여름 낮의 고요 속에서 난 시간을 거꾸로 타고
옛 그리운 간이역들을 만나면서 혼자만의 진짜 여행을 했으니
부디 그들의 정겨움이 조금이라도 나에게 묻어져 있으면 좋으련만...

7월 한낮의 햇살은 퍽이나 강렬하지만
저물어가는 7월의 저녁바람 한줄기는 참으로 싱그럽기만 하다
이 텅 빈 듯한 고요 속 어디선가 기차의 기적소리가 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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