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오두막]을 다녀오다.

물소리~~^ 2009. 4. 26. 06:23

 

 

 

 

                        얽혀있는 청미래덩굴

 

 

   여린 진달래꽃잎이 수줍게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어느 봄날의 바람은 고운 진달래꽃잎만 흔들고 있음은 아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또한 자연 스스로 발하는 아름다움을 핑계 삼아 신바람이 나고 있었다. 저절로 가벼워지는 발걸음 속에 까닭 없는 슬픔이 느껴지는 순간 산등성 한 쪽에 지난 세월을 껴안은 채 마구 엉켜있는 청미래덩굴을 만났다. 신바람을 타고 둥실 떠오르는 마음 안에 얽히고설킨 미로의 모습이 그냥 그대로 덜컥 내려앉는 이유는 왜일까.


문득 저런 미로를 빠져나오려면 신화에 나오는 ‘아리아드네의 실’이라도 있으면 가능할까 라는 생각에 이른다. 어려운 문제를 위한 유력한 암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열쇠를 ‘아리아드네의 실’ 이라고 부른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순전히 그 모습에서 신화를 떠 올렸고 그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알 수 없었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던 나의 불손함에 대한 경고를 신께서 나에게 내리신 계시일까. 바로 그 날 그 미로처럼 얽힌 가시밭길이 그대로 굴러 와 내 앞을 가로 막으며 서 있었다. 가슴이 턱 막혔다.


한 달 여가 흐르는 시간동안 소진했던 내 감정들은 아마도 10년 동안의 것이라 해도 무리가 아닌 것처럼 이제는 멍해진 기분이 되었고 이렇게 엉망인 기분으로 그 어떤 결과를 기다려야하는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행이 神은 나에게 침착함을 찾아야한다는 용기의 힘도 함께 주신 것 같았다. 모든 최선의 방법을 다 했지만 통할 수 없음은 아직도 나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아니다. 그 구원의 실은 내가 먼저 사랑의 마음으로 건네주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조급함으로 하루에도 수 십 번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마음을 조금은 차분하게 다스리고 싶은 마음으로 서점을 찾았다. 서점에 가면 늘 나의 호기심으로 이 책 저 책 들추어보던 마음이었는데 그냥 심드렁한 마음으로 무심코 베스트셀러 코너를 찾았고 쉽게 오두막을 집어 들었다. 책머리 몇 구절을 읽으며 마음에 남겨진 상처를 치유하는 글인 것을 깨닫는 순간 그냥 그대로 요즈음의 내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는 착각으로 읽기에 빠져 들었다.


주인공 맥은 13살 어린나이에 어른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아버지는 술이 취하면 어머니를 힘들게 하지만 자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교회지도자에게 고백을 했는데 그 말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그는 이틀 동안 나무에 묶여 매를 맞았고 그는 그 길로 집을 나와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 결혼하여 아들딸을 낳고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해 나가던 도중 막내딸 미시를 잃어버린다. 그냥 잠시 길을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애써 위로하며 찾아 나섰지만 깊은 산 속 오두막에서 피 묻은 미시의 옷만을 발견했지만 경찰은 그곳에서 살해당했다고 단정을 짓고 만다.


그 오두막은 맥에게는 거대한 상처로 남게 된다. 딸을 지켜주지 못한 장소라는 죄책감으로 오두막을 생각할 때 마다 거대한 슬픔에 쌓이곤 한다. 눈이 아주 많이 내리고 아주 추운 겨울 어느 날 그는 오두막으로 오라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발신인은 파파 즉 하느님이었다. 그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시라면 미시가 납치되지 않도록 해 주셔야 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 쯤 꼭 가보고 싶어 했던 마음의 유혹을 어쩌지 못하면서 오두막으로 향하는 맥의 두려운 운명이 꼭 요즈음의 내 심정 같았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오두막을 찾아가다 저런 가시덤불도 만났을 것이리라. 오두막에 도착하는 순간 맥은 기이한 체험을 시작한다. 오두막에는 파파(성부), 예수(성자), 사라유(성령) 세 사람이 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맥이 지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메시지는 과거를 교훈삼아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는 나의 신념과 일치하기도 하였다.


언젠가 나는 금간 벽은 살기 위해 금(線)을 품고 있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정말 우리가 상처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책의 주인공 또한 아버지에 대한 아픔, 또 딸의 비참한 죽음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 왔지만 아무 것도 해결 할 수 없었다. 오두막은 맥의 마음속에 자리한 슬픔의 집이었지만 그 오두막을 찾음으로서 마음을 치유 받고 있다. 오두막은 그에게 지옥이었고 천국이었다.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고 딸에 대한 그리움을 삭힐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섬으로 오히려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참다운 인생임을 알려 주는 글이다.


조금은 주술적인 내용의 책읽기를 통해 한 순간이나마 지금 나에게 닥친 고민을 이해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예견치 못한 사고를 당했을 때 벌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 노력하여 치유하려 했던 사랑의 흔적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 또한 내 모르고 지나온 그 어떤 내 행동들에 대한 하느님의 벌이라고 단정한 마음을 숨기지 않겠다. 하느님은 최악과 최선을 행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기 전에 나 스스로 지닌 상처를 정직하게 인정함으로써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던가. 지금까지 나의 소임을 다한 후 하늘의 명을 기다려야하는 겸손함을 제대로 갖추고 행동했던가를 반성한다.


용서란 자신을 지배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라는 글귀를 서로 공유하고 싶다. 새들이 땅에 앉아 있는 것은 날 수 있는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라는 좋은 글귀를 나는 또한 전하고 싶다. 우리 서로의 격한 감정을 스스로 제한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희망의 아리아드네의 실 끝을 내 손에 쥐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팀파니 협연 - 연주회 -  (0) 2009.11.16
네 번째 빙하기  (0) 2009.11.01
쌍둥이별   (0) 2009.02.27
개밥바라기별  (0) 2009.01.22
악마와 미스프랭   (0) 200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