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낯익은 세상

물소리~~^ 2011. 6. 26. 13:49

 

 

 

 

 

 

   태풍에 나무들이 몸살을 한다. 너무 무성하게 피워 올린 나뭇잎들일까. 버리고 비운 가지들로 오솔길이 어수선하다. 나무들은 이렇게 지나침에 대한 욕망들을 비우나 보다.


선현들의 가르침을 듣다보면 버리고 비움을 행하라는 말씀을 곧잘 만나곤 한다. 물론 정신적인 면을 일깨워 주시는 말씀들임을 안다. 살아가며 나도 모르게 욕심으로 많은 것을 취하다 보면 그냥 버려지는 것들이 더 많다. 많은 것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정신적이라면, 버려야 하는 것들은 물질적인 욕망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정신적인 면이나 물질적인면의 마음은 결국 한 선상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아이가 군입대하기 전, 서울 하늘공원에 같이 다녀온 적 있다. 하늘공원은 난지도라 불리던 쓰레기매립장을 개발하여 만든 공원이다. 우리가 찾아간 하늘 공원은 그 어디에서도 쓰레기매립장이었다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난지도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지상낙원처럼 보였을 것이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나~ 라는 감탄사를 보냈을 것이다. 그만큼 상전벽해를 이룬 쓰레기 매립장은 사람들의 욕망의 잔해들이 쌓인 곳이었다.


이 소설은 그 쓰레기매립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기다. 나하고는 거리가 먼 듯싶은 쓰레기장 꽃섬은 낯선 풍경이 아닌 우리에게 아주 낯익은 풍경임을 암시한다. 무엇이든 더 가지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이 남기는 욕망의 잔해들이야기다. 사람들이 버린 갖가지 생활 쓰레기더미에서 온갖 것을 가려내어 먹기도 하고 팔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쓰레기에도 등급이 주어지는 곳, 비록 깨끗하지 못하고 남루한 생활이지만 그들만의 위계질서가 있고 상하가 있는 사회였다. 물론 희망도 너울대는 곳이다.


주인공 딱부리는 14살이지만 또래들한테는 16살이라 말하는 아이다. 아직은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인 주인공은 사회를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 뜨임의 나이에 한 발 앞서 들어가 있음을 암시한다. 아버지는 일찍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에게 아버지의 친구가 꽃섬으로 들어가자는 제안을 한다. 그 아버지 친구는 쓰레기매립장에서 반장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딱부리는 엄마와 함께 꽃섬으로 거처를 옮겨온다.


비록 쓰레기더미에서 나온 자재들로 얼기설기 지어놓은 집이었지만 정리를 하고 공간을 만들어서 안온함을 느끼는 딱부리 마음에서 나도 한순간 안온함을 느낀다. 작가는 이들 생활의 근거지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엄마는 반장아저씨와 동거녀가 되고 딱부리는 반장아저씨의 아들인 땜통과 함께 지낸다. 소설은 두 아이의 순수함이 바탕이 되어 전개된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적나라하다. 버려놓은 물건에 주어진 등급의 선을 그들은 넘보지 않는다. 버려진 것들에서 가려내어 취하는 것은 삶의 방식이었다. 그들의 희망이란 그 쓰레기더미에서 누군가가 잘 못 버린 금은보화를 줍는 일이다. 이 소설에서는 딱부리에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밤마면 푸른 불빛으로 떠도는 꽃섬의 원주민이었던 김서방네 혼령들에 의해서다. 그들이 발하는 푸른빛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땜통만이 알아본다. 푸른빛 자체가 희망이며, 죽은 사람들의 혼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허구성은 그들이 원하는 희망을 실현시켜주는 우리 정서의 매개체이다. 이 소설에서의 느닷없는 혼령의 출현은 입맛을 반전시키는 양념 같은 존재다.


땜통과 딱부리는 푸른빛 혼령들이 가르쳐준 곳에서 많은 량의 금붙이와 돈뭉치를 찾아낸다. 돈뭉치에서는 딱100만원만 챙겨들고 모두를 엄마에게 준다. 딱부리는 그 돈으로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물건을 사고 목욕을 하면서 최소한의 생활 특권을 누려보며 사용가치를 높인다. 정당하게 사용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훔쳐낸 물건이지 않을까하며 의심한다. 물건을 사고 받은 영수증이 그 혐의를 벗어 내주니 그들은 영수증보다도 못하는 무시당하는 삶을 살지만 순수한 그들의 마음은 해 냈다는 희망의 성취감만을 붙잡는다.


작가는 이 횡재를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 얼마 후 꽃섬에 엄청난 화재가 발생하면서 모두 타 버린다. 잘 간수해둔 돈뭉치도 다 타 버린다. 꿈을 이룰 있게 해 주지만 그 꿈의 실현으로 더 이상의 소중함을 잃지 않도록 한다. 지름길인줄 알고 갔지만 호되게 값을 치를 것이라고 말한 할아버지의 말이 이쯤에서 현실화 된다. 온갖 욕망의 찌꺼기들이 거름이 되어 지금은 그 꽃섬은 낯 설은 푸른 산이 되었다. 낯설음이었지만 이는 모두 우리의 낯익은 그 무엇에서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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