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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십자군 이야기 1

물소리~~^ 2011. 7. 27. 11:38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담임선생님은 세계사선생님이셨다. 어느 과목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우리들은 선생님께 홈그라운드 이점을 주장하면서 시험에 나올 예상문제를 알려달라고 애교스런 때를 쓰곤 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금방이라도 알려주실 듯 교과서를 펴라 하셨고 하시는 말씀은 시험범위 전체를 이야기 해주시곤 했고 우리는 에~~ 하면서 시위를 했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카노사의 굴욕을 배울 때만큼은 예외였던 것이 기억에 뚜렷하다.


카노사 성에서 눈 속에 맨발로 3일 동안 서 있었던 사람이 교황인지 황제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십자군전쟁의 원인과 배경이 무엇인지를 열심히 외우도록 하셨던 것이다. 이 책은 그 ‘카노사의 굴욕’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라는 한 마디로 시작한 십자군전쟁은 정치적이지도 않았고 종교적이지도 않은 것이었다고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느꼈다. 종교적인 이념을 내세워 영주들의 세력다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900여 년 전에 일으킨 전쟁은 200년 동안 계속되고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며칠 전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의 용의자는 십자군전쟁 때 활동했던 템플기사단의 일원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막연하게 교과서 안에서 배운 십자군전쟁에 대한 생각은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무작정 외워야했던 역사의 기록일 뿐이었다. 그토록 열심히 외웠건만 내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십자군전쟁이라는 다섯 글자였을 뿐이다. 황제의 이름도 교황의 이름도 다 지워졌던 기억을 이 책은 화들짝 깨워주었다. 단순히 기억만 깨워 준 것이 아니라 그 전쟁에 대한 세세한 면을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다시금 알려 주고 있다.


십자군전쟁의 주역들에 대한 사람들 이야기인 것이다. 황제(왕)와 교황, 영토를 가지고 있는 제후와 그에 소속된 기사, 무작정 따라 나선 가난한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하면서 빚어지는 인간관계로 엮어지는 역사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이 들어 있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 한 사실을 기억해 보며 작가의 해박함으로 서술되는 글귀들에 마음을 모아 보기도 하였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가 얻을 수 없는 것을 내가 먼저 취해야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군대의 지휘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요즈음 사회 이슈화 되고 있는 우리의 군 문제를 대입해 보기도 하였다. 어려운 상황이 되면 자기 통제력을 잃기 쉽지만 그때그때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유연성으로 이겨 나가라 한다. 실패하면서도 배워 나가는 여유로움으로 자신의 입지를 세울 수 있음을 알려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깊은 울림이 있었던 말은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기에 종교나 철학이나 윤리를 통해 교정하려 노력한다고 하였다. 역사 속 전쟁을 통하여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욕망과 그것들을 다스릴 수 있는 통찰력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버지 살아 계실 적에 이 작가가 쓴 로마인이야기 7권을 읽었었다. 막대한 분량에 다 읽을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무렵 아버지께서 ‘참 좋은 책 읽고 있구나.’ 하신 말씀에 힘입어 7권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새로이 십자군이야기를 만나니, 만일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읽었더라면 세계사시험은 100점을 맞았을 것 같은 그런 충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시대의 인물들을 통해 십자군 전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음으로 한여름 피서를 충분히 즐겼다 생각하니 연이어 나올 2, 3권을 기대해 보는 마음이다. 문득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랑삼아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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