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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관상 - 영화 -

물소리~~^ 2013. 9. 27. 21:18

 

 

 

 

영화 속 주인공 관상가 김내경 / 송강호

 

 

 

   요즈음 인기 있는 영화 ‘관상’에 마음이 기운다. 인기 있는 만큼 함께 부상하는 내용을 자연히 알게 되었다. 수양대군이 나오고 김종서, 한명회 등 우리 역사에 굵직한 선을 남긴 사람들의 이름이 들리니 역사물이리라 믿으며 내심 영화관에 갈 시간을 엿보고 있었다.

 

어제 저녁 퇴근 후, 빵으로 간단히 저녁을 대신하고 남편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남편도 나도 한명회에 관한 책을 관심 있게 읽은 터, 영화를 한 번 보자는 데에 의견일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관람객의 숫자를 자랑하던 것과는 달리 영화관은 한산했다. 객석의 반도 못 채운 널널한 공간에서 대형 스크린을 마주하니 심히 위축된다.

 

영화는 내가 기대했던 역사중심의 전개가 아니었다. 한 시대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에 기대어 관상가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 같았다.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선대의 영향으로 내경은 아들 진영과 처남 팽헌이 함께 산골에 칩거한다. 내경은 관상을 잘 보는 재주가 있어 가난하지만 그런대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는 내경이 관상을 잘 본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양의 기생 연홍의 권유로 한양으로 간다. 한양으로 간 내경은 연홍의 기생집에서 양반들의 관상을 보기로 한다. 이에 점점 소문이 나니 김종서로부터 인재등용에 큰 몫을 하라는 직분을 받으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살벌해진다.

 

관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 내경은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려는 역모를 눈치 챈다. 김종서와 함께 수양대군을 축출할 모사를 하는데 아들 진영에게 재앙이 닥친다. 그를 본 내경의 처남이자 진영의 삼촌인 팽헌은 수양대군을 찾아가 김종서의 계략을 일러바치고 진영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수양은 약속을 하고서 곧바로 김종서를 찾아가 그를 철퇴로 내리쳐 죽인다. 김종서를 찾아가 죽이는 장면은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양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내경의 아들 진영을 죽인다. 내경은 그동안 사람들의 관상을 보며 앞날을 예견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운명까지는 바꾸지 못했다. 아들을 잃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그에게 한명회가 찾아온다. 한명회는 수양대군을 도와 역모를 일으켜 세조로 등극시킨 모사가다. 그는 자기의 앞날이 궁금했을까. 내경에게 앞날을 물어보지만 내경은 직답을 피한다. 역모를 두고서 빗대서 하는 말은 ‘파도를 보았을 뿐 파도를 일게 하는 바람을 보지 못했다’ 며 그들의 역모를 비난한다. 내경은 한명회를 바라보며 훗날 목이 잘리는 관상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 말을 들어서일까 한명회는 그답게 적을 두지 않는 처신으로 인하여 세조 死후에도 예종과 성종의 장인이 되어 세를 누리다가 72세의 나이에 죽는다. 그는 말년에 목이 잘리지 않고 죽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죽은 지 17년 후에 다시 역적으로 몰려 부관참시 당한다. 살아서 목이 잘리진 않았지만 죽어서, 무덤안의 시체가 목이 잘리는 부관참시를 당한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관상을 믿어야할까. 내경은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다 들어있소이다” 라고 말한다. 만약 관상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얼굴에 그 사람의 일생이 그려져 있다면 어떻게든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부귀영화를 타고난 사람일지라도 잘못된 방법으로 그 부귀영화를 택했다면 반드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음일 것이다. 좋은 인상이든 좋지 않은 인상이든 주어진 길을 바르게 걸어가는 것만이 관상을 제대로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은 내 손 안에 있소이다” 라고 장담하며 살아온 한명회! 비록 모사가, 책략가로 후세인들의 평을 받지만 그 당시의 그는 최고의 권력을 누린 사람이다. 지금 한강 이남의 부촌인 압구정동이라는 지명은 한명회의 호인 압구정에서 기인한 지명이다. 최고를 누리던 한명회는 한강변에 정자를 짓고 그 정자이름을 ‘압구정’ 이라 했던 것이다. 지금은 헐리고 정자 터만 남아있지만 이름만큼은 영원히 이어져 오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얼굴에 나타난 관상 대로 죽어서까지 목이 잘린 사람이었지만 그의 이름에만은 칼을 대지 못했나 보다. 이렇게 오래도록 그를 기억할 수 있는 기념물이 남았으니 말이다.

 

인간의 욕망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수양대군도 한명회도 욕망으로 인한 삶으로 점철되었기에 그들의 행적으로 관상을 살펴본 이야기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역사로 남겨지고 후세인들에게 전해주는 깊은 의미의 표본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무상하다.

 

관상, 이는 경험이 누적되어 나타난 통계가 하나의 학문으로 이루어지면서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안겨 주는 것 아닐까. 나에게도 이미 주어진 관상이 있을 것이니 조금은 두려움이 앞선다.

 

 

 

왕의 자리 (영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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