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 비 내리면 더욱 추워질 거라는 예보이었지만
이곳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새벽 산책길
조금 두꺼운 셔츠를 입고 나서니 하늘의 별이 총총하다
하늘은 자신이 지닌 맑음으로
오늘 가을날, 예쁜 날임을 일러주고 있으니 덩달아 좋아진다.
해가 중천인 시간
하늘은 그야말로 구름한 점 없으니 괜히 나서고 싶은 마음~
급히 보낼 우편물을 챙겨 우체국까지 걷기로 작정하였다.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바람 한 번 잡아보며
이리저리 해찰을 하며 걷는데 화원 앞의 꽃들이 화사하다.
알맞은 색으로 화사함을 뽐내는 베고니아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내가 베고니아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된 까닭은
베고니아 대신 추해당화(秋海棠花)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가을해당화’ 얼마나 예쁜 이름인지…
작은 꽃들이 모여 풍성함을 이루고
꽃보다 큰 잎은 꽃들의 배경이 되어주며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
이름도, 모습도 봄꽃보다 더 예쁜 꽃이다.
추해당화는 사랑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옛날에 어떤 처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기로 굳게 약속을 했다.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소식이 묘연하자
너무도 안타까운 나머지 서성이며 하염없이 한숨과 함께 눈물을 떨구었다.
그녀의 눈물이 떨어진 곳에서 아주 고운 꽃이 생겨났는데,
그 꽃이 바로 추해당화 라고 한다. 단장화(斷腸花)라고도 한다.
단장화란 말은 애끊는 꽃이란 뜻이다.
기다리며 얼마나 많은 애를 끊었을까
가을하늘처럼 시린 이야기다.
흔하게 보아왔던 꽃을
뜻을 알고, 품은 이야기를 알고 나니
꽃이 빚어내는 아취가 참으로 은은하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눈물로 피어난 꽃을 사들고 걷노라니
내 마음 안에 숨어있는 슬픔이 꽃처럼 피어나며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다 꽃 때문이다.
청말 근대화가 오창석(吳昌碩)의 추해당(秋海棠)
- 이미지 출처 /인터넷 검색 -
원산지가 중국이어서인지
예로부터 중국의 시인과 화가들에 사랑을 받은 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