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가을 소품

물소리~~^ 2013. 10. 15. 13:47

 

 

 

 

 

 

 

 

   사무실 창밖, 한 아파트의 노인정 정자 위를 덮고 있는

   등나무의 몸짓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인다.

   아마도 바람이 불고 있나보다.

   그러고 보니 사무실 안에서도 등줄기에 싸늘함이 흘러내리니

   춥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비가 내릴 거라는 다가오는 날씨의 암시인가보다.

 

   인디언의 카이오아족은 10월을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 이라고 한다.

   간단한 숫자로만 말하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특징을 집어 말하는

   인디언들의 순수함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계절 따라 늘 변하는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행하는 모습들을 알고 불러주는 그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지인이 건네준 소국 화분 하나~

   소국은 언제나 가을만을 듬뿍 품고 있다.

   가을의 계절을 더욱 진하게 음미하고픈 마음으로

   조심스레 화분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마침 늙은 호박이 있었고, 가까이에

   언제부터인가 피고지기를 반복하는 안시리움을 끌어 당겼고

   선비촌 출신 희망을 걸어둔 솟대를 불렀다.

 

   아,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앉아있노라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순환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나의 발을 부드럽게 받혀주는 산책길 흙 한 줌도,

   옷깃을 스치며 상쾌함을 안겨주는 작은 바람 한 줄기도,

   금방이라도 끊어질듯 한 가녀린 줄기위에 얹힌 꽃 한 송이도,

   내 옷자락이 스칠 때 마다 한 움큼의 이슬을 선사하는 풀 한 포기도,

   땅 위를 부지런히 기어가는 미물들도,

   결코 어제의 것이 아닌

   계절 따라, 시간 따라, 내 마음의 시선 따라

   새로움의 모습을 보여주며 변하고 있었다.

 

   이제 이 계절의 모습들은

   변화의 리듬을 타고 서서히 내 곁을 떠날 것이다.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라’ 고…

 

   자연이 곰삭히는 세월 앞에서 우두망찰 서 있을 뿐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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