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마음은 언제나

물소리~~^ 2013. 10. 18. 15:48

 

 

 

 

 

 

   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지만

   어찌 되었던

   지금 당장의 마음이 가장 절실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지요.

   나에게 요즈음 절실한 것은 ‘자리’ 입니다.

 

   내 자리가 아닌 아이의 자리입니다.

   내게 짐 지워진 무거움을 덜어보자고

   그냥 나 이렇게 정성을 보이고 있다는 일념으로

   무심코 나온 새벽 산책길,

   노루꼬리만큼 만큼 남겨진 서쪽하늘에 걸터앉은

   환한 달을 보았습니다.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싶기에

   무릎을 구부리기도 하고

   나무가 듬성한 곳에서 목을 빼고 바라보기도 하였지요.

   보름달 전에는 새벽에 달 만나기가 어려운데

   환한 달이 반갑기 그지없었답니다.

 

   분명 오늘은 보름이 아니고

   저 달은 어제저녁에 떠오른 달이기에..

   음력 13일의 달이라고 손을 꼽아 헤아려 보았지요.

 

   나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달빛을 놓치지 않으려

   서쪽 하늘만 바라보며 걷노라니

   쉼터 한쪽에 놓인 의자가 환하게 보이는 거예요

   그것도 한 쪽 만요.

   거기에 나보고 앉으라 하는 것 같은 믿음이 들어

   환한 쪽으로 가만히 앉아 보았어요.

   아, 그러고 보니 그 빛은 달빛이 아닌

   반대편 산 아래 건물의 조명등이 숲을 뚫고 들어와 있었습니다.

   무엇이 궁금했을까요?

   나처럼 금방 넘어갈 달빛을 따라 건너 왔을까요?

   의자에 앉은 불빛이 참 다정스러우니

   의자가 참 편안한 자리처럼 느껴졌답니다.

 

   자리~~ 그 의미를 새겨 보았어요.

   이렇게 앉는 것도 자리지만

   무언가 안정적인 일을 하는 경우도 자리 잡는다 하지요.

   우리 아이가 자리 잡으면 내가 조금은 수월할까?

   지금처럼 편안함으로 스며들까?

 

   오늘 아이는 무언가를 선택해야하는 마음이지요.

   그 선택이 자신의 의지와 달리

   상황에 따른 선택을 해야 하는 그 마음이니 오죽할까요?

 

   지금의 힘듦으로 나중에 편한 마음이 되어

   이런 빈 의자에 여유롭게 앉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이루어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부터 기원해 보자 했습니다.

 

   오늘 달빛아래, 불빛 드는 의자가 그렇게 좋았습니다.

 

   내려오는 길, 어느새 달은 넘어가고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답니다.

   마음은 언제나

   우리아이에게도 어둠이 걷히는 새벽이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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