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운이 서늘해져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 절기가 그제였지요.
백로 다음 절기는 추분이지요.
추분이 되면
볕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열매를 익혀야하는 식물들의 마음이 바빠진다고 하지요.
특히 늦게 피운 꽃에 빨리 열매를 맺어야하는
가을꽃들이 그러합니다.
마음이 바빠지는 것은
가을꽃만이 아닌가봅니다.
왠지 모르게 초조해짐과
무언가가 다 떠나 버린 것 같은 허전함이 스며들며
괜시리 바빠지는 제 마음도 가을꽃인가 보아요.
나에게 주어진 일들에, 인연들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초조함을 감추며 애써 태연한 척 하는 내 마음을
잠시 한 귀퉁이에 몰아넣고서 지내려하니
어느 낯모르는 화단에서 피어나는 가을꽃을 보듯 애잔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을꽃들인지요.
그에 큰 의미를 많이 부여해주는 제 속마음이었답니다.
내 바쁨을 핑계로
가을꽃을 만나지 못함을 애달아하지 않겠어요.
어디 한 둘의 꽃만이 꽃이겠는지요.
이래저래
보이는 것, 만나는 것, 들려오는 것,
모두가 가을꽃의 의미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지닌 은밀한 내면의 깊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지녀 나가는 가을을 맞이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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