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를 받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흔히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악기는 첼로라고 한다. 낮은 음으로 울리면서 약간 허스키한 떨림의 음색을 내는 첼로 음을 듣노라면 과연 그렇구나~ 하는 느낌을 갖는다.
그 가을의 첼로음색을 느낄 수 있고, 또한 첼로의 거장인 정명화씨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만일을 제쳐두고 나섰다. 우리 지역의 예술의 전당이 새로이 개관 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난 아직 입장을 해보지 못했다. 개관 기념으로 갖가지 좋은 연주와 문화행사를 했건만 무엇에 쫓겨 지내는지 그 틈을 내지 못한 채 오늘을 맞이했다.
그런데 정명화씨와 협연으로 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있다는 안내문을 받고 꼭 가리라 마음 작정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가장 바쁜 시기였지만 내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시에서 시민들을 위해 무료공연을 펼치니 좌석권을 받으려면 미리 나가서 차례를 기다려야하는데… 난감했다.
할 수 없이 남편에게 저녁을 혼자 해결해 주기를 청했는데 흔쾌히 응한다. 그러면서 짬뽕 한 그릇 먹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오란다. 나는 우아하게 연주회를 가련다 하는데 남편은 짬뽕 한 그릇으로 내 마음의 허영심을 올려준다. 애써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합리화 시키며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이미 긴 줄이 형성 되어 있었다.
연주시간이 아직도 1시간 반이나 남았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얼추 보아도 내 순서는 넉넉할 것 같다. 그 줄에 끼어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보며, 지루함을 달래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도 줄을 이탈하지 못하고 있으니, 욕심일까? 아니면 내 앞뒤에 서있는 사람들을 믿지 못함인가. 서로 간 양해를 구하고 조금씩 쉴 수도 있으련만 서로가 그러지를 못한다. 안내원은 늦게 오는 사람이 행여 끼어들기라도 할까 빙빙 돌면서 감시를 한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이러이러한 연주가 있는데 오지 않을 거냐고 물었더니 얼른 대답하며 오겠다고 한다.
티켓팅을 하고 나니 약 30여분 의 여유가 있다. 친구는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대신하여 자기가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한다고 한다. 우리는 멋지게 꾸며 놓은 2층 카페에 들어가 비싼 음료를 마시며 폼도 잡아 보았다.
1부 첫 곡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 에 이어, 두 번째 연주에 등장하는 정명화님! 연세가 우리 나이로 70이신데도 검붉은 드레스를 입고 첼로를 들고 등장하니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다. 연주곡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1번은 그렇게 퍽 친숙한 곡은 아니었다. 하지만 첼로를 연주하시는 정명화님의 열정적인 자세만 바라보아도, 그분에게서 뿜어 나오는 진지함을 느낄 수 있음만으로도 오늘의 이 자리는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얼마만큼의 노력으로 오늘을 이루셨을까. 그런 열정어린 애정과 노력이 있어 지금 이렇게 당당하실 수 있으니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이루어 내는 것일 뿐이라는 감명이 첼로 음에 섞여 들려온다.
15분의 휴식 후, 2부에는 차이코프스키교향곡 4번이 연주되었다. 언제 들어도, 보아도 교향악의 웅장한 스케일은 마음을 후련하게 해준다. 특히 타악기의 감초 같은 역할은 나로 하여금 신명을 나게 한다. 3악장과 4악장 연주가 아주 감동적이었다.
3악장의 연주 시 현악기의 활들은 순식간에 보이지 않았다. 아, 연주자 모두 피치카토를 하고 있었다. 활을 움직여 내는 음이 섬세하다면, 손으로 활을 연주하는 피치카토의 연주음은 텅!텅! 맑은 울림을 내며 조화를 이룬다. 난 그 음이 참 좋다. 활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갑자기 뚝 끊기고 현악기 위에서 손들이 통통 튀는 모습이 장난스럽기도 하면서 재밌다. 관현악의 현란한 묘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작곡자인 차이코프스키의 열정이 보이는 듯싶다.
4악장의 제 각각의 악기 하나하나의 음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는 하모니! 격정적으로 음이 끊기는 장면이 몇 번 연속되니 사람들이 곡이 끝난 줄 알고 간혹 박수가 나오기도 하였다. 그에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힘찬 울림과 함께 연주를 마칠 때의 감동은 늘 나를 환희의 도가니 속으로 끌어 들인다. 오케스트라의 매력이 여기에 다 녹아 있는 것 같다. 아! 살아가며 만나는 환희를 이렇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소박하고 단순한 감정들 속의 기쁨을 여한 없이 느껴 보게 한 4악장의 힘찬 연주였다.
아이들의 천진함
까페내부
아마도 표를 받지 못한 사람들 같았다.(까페에서 바라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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