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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가을, 사물의 이치 속에서 만나본다.

물소리~~^ 2013. 9. 2. 23:03

 

 

 

 

해탐노화도(게와갈대) / 김홍도

간송미술관소장

 

 

 

 

갑자기 식탁이 풍성해졌다.

가끔 새벽시장에 다녀오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싱싱한 꽃게를 푸짐하게 사들고 왔다.

생물이어서 싱싱하기도 하지만 살이 꽉 차 있으니

찜을 해도 먹기가 좋았고 꽃게탕을 해도 맛이 참 좋았다.

입이 짧은 내가 별나게 맛있게 먹으려니 어색한 마음이니

괜한 가을을 끌어들여 내 어색함을 버무려본다.

 

옛말에 ‘오동나무 잎 새 하나 떨어지면, 온 천하에 가을이 온 줄 안다.’ 라는 말이 있다.

오동나무는 나무 중에 가장 먼저 낙엽이 질 뿐 아니라

큼지막한 잎이 땅에 떨어져 있으면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아침 선득한 기운에 행여 오동잎이라도 떨어졌을까 눈여겨보았지만 아니었다.

 

입추가 한 여름 사이에 끼어있듯

바람이 가늘어 졌다 해서 가을이라 부르기엔 아직은 여름에게 낯이 뜨겁다.

여름 한 중간에 입추를 끼워 놓음은 더위를 잊어보려는 옛사람의 지혜가 아닐까.

세월 읊기를 즐겨했던 문인들은 그에 고추잠자리도 불러오고

풀벌레울음소리도 낭만적으로 서술한다.

우리 인간보다도 먼저 계절을 알아차리는 미물들로부터

심성을 곱게 가꾸며 사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으니 이만한 격물의 공부가 또 있을까.

 

격물의 이치로써

가을의 풍성함을 노래하며 빼 놓지 않은 것 중 하나가 ‘게’ 였다.

옛날에는 게가 논에서 많이 놀았었는지

게와 벼를 함께 노래한 글들이 참 많이 있다.

황희 정승의 시조 중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떨어지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나리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가 전해온다.

나락을 벤 논에서 살진 게가 기어 나오니 그것만큼 술맛을 돋우는 것이 없을 것이란다.

 

옛 사람들은 음력 8월에 벼 까끄라기를 東海神에게 보내면

그 때부터 게를 먹을 수 있다고 믿었기에

누렇게 익은 벼와 살진 게는 짝을 이루었다고 한다.

수확의 풍성함과 먹음직스러운 게,

이는 가을에 느껴볼 수 있는 포만감이 아니었을까.

 

또한 조선시대의 화가들은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 벼와 함께 게를 그렸다고 한다.

김홍도의 <해탐노화도>는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붙들고 있는 그림이다.

옛날에 과거에 합격한 사람에게는 임금이 고기를 주셨는데 그 고기 臚(려)와

갈대꽃 藘(로)와 발음이 같기에 갈대꽃을 꼭 붙들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 합격한다는 뜻이 전달되는 것이라 한다.

 

그림 속 글자는‘해룡왕처야횡행’ 인데

‘바다 속 용왕님 앞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라는 뜻이라 한다.

옆으로 걷는 특성일 뿐인데 그 특성을 미화해서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아무리 높은 사람 앞일지라도 떳떳하게 자신의 걸음을 걷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당당할까?

 

가을, 꽃게 철에 맛있는 꽃게 살을 풍성하게 먹으며 별 생각을 다 해 본다.

이제

게살 만이 아니라 옆으로 걷는 게 다리 살도 열심히 발라 먹어야 겠다.

갈대꽃을 꼭 붙들면서도 당당함을 희구하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영양분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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