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에 앉은 매미
가늘어진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다. 참 좋은 초가을~~ 달력상 가을 첫날에 넉살좋게 초가을이라고 불러본다.
일요일 일상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데에도 힘이 들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고
환경에 변화가 있으니
아이들의 거처에도 변화가 있다.
이것저것 옮기고 바꾸느라 어질러졌던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집안 청소를 하고나니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정신이 맑아진다.
깨끗하고 정돈이 되면 내 마음은 절로 선해지는 것 같다.
그 틈새로 아이들 안위에 괜한 설움이 밀려온다.
계절 탓이라고,
가을을 만나야겠다고 낮 산을 올랐다.
카메라 달랑 들고 나서니 뒷산의 매미들이 나를 환영하는 합창을 한다.
매미 울음도 유행을 타는 것일까
우리 어렸을 적엔 “맴 맴 매애엠” 하며 울었던 것 같은데
요즈음 매미들은 미이임~~ 하며 우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끈질긴 울음소리다.
그뿐인가 중간에 찌이익~ 하고 우는 소리도 있으니
도무지 어느 매미가 무슨 울음을 우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매미 소리라는 것을 알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울음소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소리가 아니다.
암컷의 마음을 움직여보려는 수컷들의 구애소리이다.
긴 세월 땅 속에서 머물다
겨우 일주일 남짓 살아가며 사랑을 구하려니 얼마나 애가 닳겠는가...
그래서인지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시끄러워도 시끄럽지 않게 들리는 것이다.
귀뚜라미는 양 날개를 비벼서 소리를 내지만
매미는 얇은 막을 떨며 내는 소리라 한다.
그 가냘픈 몸에서 그리도 큰 소리가 나다니..
사랑은 진정 위대한 힘인가 보다.
그 매미들이 임금의 머리위에 올라간 적이 있다.
임금이나 신하들이 정무를 볼 때 쓰는 익선관은
매미가 지닌 오덕(文. 淸. 濂. 儉. 信) 을 잊지 말라는 의미라 한다.
- 매미의 입이 곧게 뻗은 것은 마치 선비의 갓끈이 늘어진 것을 연상케 하므로
선비처럼 학문(文)을 닦았으며
- 이슬이나 나무진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요.
- 농부가 가꾼 곡식이나 채소를 해치지 않으니 염치(濂恥)가 있고
-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으니 검소(儉素)하고
- 늦가을이 되면 때를 맞추어 죽으니 신의(信義)가 있다는
매미의 다섯 가지 좋은 점을 배우기 위하여
날개 익, 매미 선, 을 인용해 익선관이라는 모자를 쓰게 된 연유라 한다.
우리 사람들이 옛부터 배우고자 했던 매미의 좋은 점은
놀랄 정도의 오랜 기다림, 짧은 생, 아랑곳 하지않는 울음소리, 이런 단순함이지 않았을까.
단순함으로 무작정 내 마음을 내 보인적도 있는데....
매미소리에 취해 산길을 거니노라니
낯선 곤충하나가 휙 날라 내 눈앞의 나무기둥에 앉는다.
어머! 저건 꽃 매미?
농작물을 무작위로 해치는 매미라 했는데... 우리 뒷산까지 번식했나?
번식률이 엄청 강해 없애야한다고 했는데 어쩌지?
날아가지 않고 앉아 있는 매미를 없애면 살생을 하는 것일까?
그래도 그냥 놔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딱! 쳤다.
하지만 꽃매미는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살생을 면했다는 생각과
그래도 나뭇가지를 휘둘렀다는 책임으로 에둘러 안도해 본다.
아, 나는 익선관을 쓸 위인이 되지 못하는구나!
꽃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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