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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강대나무

물소리~~^ 2013. 8. 20. 21:56

 

 

 

 

지난겨울 눈 오는 날

 

 

강대나무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며 빚어지는 빛은 내 마음을 한없이 선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다 내 편인 듯 내 마음 안으로 끌어 들여와

알 수 없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양 마음 속 대화를 나눈다.

 

언제부터인가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종달새 한 마리가

늘 같은 시간에 내 머리위에서 울기 시작한다.

꼭 그 시간 그 자리 그 나무위에서 울고 있는 새가

너무 신기하여 똑바로 주시하건만 그 새는 날아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맑은 소리로 나와의 눈 마주침을 즐기는 것 같으니 나 또한

그 울음소리가 내 마음에 스며들곤 하여

요즈음은 그 새를 기다리는 마음이 되었다.

내가 그 새의 모습을 선명하게 바라 볼 수 있음은

가지만 남은 채 서 있는 나무 때문이다.

 

몇 년 전 우리 뒷산에 산불이 났었다.

다행히 인가 가까이에 있는 낮은 산이어서 쉽게 불길을 잡아 진화 되었지만

몇 그루의 나무들은 불에 타는 바람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시름시름 안간힘을 쓰다가 소생을 못하고 그대로 서 있는 상태로 메말라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애처로워 하다가

그렇게 서서 말라죽는 나무를 강대나무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오가며 바라보는 강대나무는 결코 죽은 나무가 아니었다.

비록 잎을 피우지도, 열매를 맺지도 못하는 나무이지만

앙상한 빈 가지만으로도 계절 따라 보이지 않는 변화를 보여주며

내 눈길을 끌어가며 내 마음을 정화 시킨다.

 

봄이면 유난히 강대나무들이 서 있는 둘레에 고사리가 많이 자라게 하여

겨우내 외로움을 달래듯 뭇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는가하면

오늘처럼 새들의 쉼터가 되어주면서

지나는 길손에게 새의 앙증맞은 모습을 선명히 볼 수 있도록 배려함은

무성한 숲 속에서 외로이 빈 몸으로 서있는 나무이기에 가능하다.

 

빈 나뭇가지에 배부른 둥근 보름달이 살짝 걸터앉아 휴 한숨 쉬노라면

나무는 달빛을 받아 더욱 멋진 모습의 실루엣을 지상으로 내려 보내니

지상의 모든 것들은 행여 나무의 그림자들이 흩어질 까봐 조심조심 받아들인다.

한 겨울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의 강대나무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불면 날아갈듯 가벼운 눈송이들을 조심조심 팔위에 앉게 하니

바람에 지친 눈들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

 

무성한 잎을 피워야 하는 제 임무를 서서히 잃어가며

강대나무는 얼마나 힘들게 지내온 세월이었을까 마는

강대나무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나마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 내고 있었다.

 

주위의 풍경들과 어울려 보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최고의 모습으로 보였다.

강대나무는 그렇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그 것 만으로도 행복해하며

지나며 바라보는 이에게 무언가를 듬뿍 안겨주는 삶을 살고 있음이다.   (0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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