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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의 자취를 찾아서

물소리~~^ 2013. 8. 29. 15:24

 

 

 

 

문학관 입구의 일주문 ! 이효석 작품의 책을 형상화 했다.

이효석의 문학관이라는 내음이 물씬하니 참 좋은 구상이라 생각했다.

 

 

영동고속도로는 왠지 아주 먼 곳에 이르게 하는 도로라는 인식이 먼저 든다.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여주 원주를 거쳐 새말을 지나고 기나긴 둔내터널을 통과하면 강원도에 제대로 입성한 것이라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둔내터널은 태백산맥을 관통한 터널이란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는 스스럼없이 우뚝우뚝 서있는 안내표지판을 지나치고 있다. 강원도에 들어섰다는 호기심에 안내표지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데 봉평, 장평이 나온다. 아, 봉평! 이효석의 고향이 아니던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를 지나치고 있다 생각하니 내 머릿속에서는 환상이 지나간다. 봉평장이 열리고, 달빛 가득한 밤길을 걸어가는 장꾼들이 지나가기도 한다. 소설속의 장소를 현실에서 찾아본다는 것에는 늘 설렘이 함께한다. 비로봉을 오른 후, 되돌아가는 길에 들리기로 한 계획이 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

 

문학 속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는다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까닭은 박완서님 때문이다. 1970년대 그 분이 섬진강 유역을 찾았을 때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젊은 차장의 호객소리가 “으악! 으악!” 비명처럼 들렸다고 한다. 박완서님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도대체 으악이 어디냐고 물으니 그 젊은 남자 차장은 “아, 이 양반아 토지에 나오는 악양도 몰라요?” 하더란다. 그러면서 자신의 무식함을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듯 무시하며 지나쳤다고 한다.

 

박완서님은 그날, 한 문학이 글을 낳은 땅의 이름 없는 촌부에게까지 자존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일이 얼마나 큰일인가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회고한 글을 보았다. 젊은이의 통쾌한 대답과 박완서님의 명쾌한 해석은 그만 나에게 깊이 각인되고 말았다. 그 후, 나 또한 글의 배경이 된 곳을 지나치지 못하는 관심이 늘 잠재되어 있었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그리움의 기록이라고 한다. 배경이 된 풍경 속에서 작가의 그리움은 무엇이었던가.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고 피안의 세계이기도 하면서 알 수 없는 매력을 보여 주는 곳이기에 늘 지나치지 못한다. 봉평 역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인하여 문학기행의 명소가 되었다. 또한 곳곳에 메밀꽃 필 무렵이란 명칭으로 문화공간을, 또는 둘레길을 조성해 놓고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고 있으니 실로 문학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근 8시간여의 산행 후라 조금은 지친 몸으로 생가를 찾았다. 그런데 우리가 찾아간 곳은 생가 터였다. 원래 이효석의 생가였던 자리를 다른 사람이 구입하여 새로 지은 집이라 하였다. 그 집 입구 처마 밑 둥근 돌에는 ‘이효석의 생가 터’ 라는 조형물이 있었다. 이곳에서 몇 백m 떨어진 곳에 생가를 복원해 놓았다고 하는데 다시 그곳까지 걸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생가 터에 새로 지은 집

 

 

둥근 돌에 '가산 이효석생가 터' 라고 새겨 있다.

 

 

음식점 마당에도 메밀꽃 필 무렵을 세워 놓았다.

 

 

생가 터 바로 옆 건물에서는 메밀꽃향기라는 간판의 음식점이 있었는데 메밀전문 음식점으로 이름이 난 집이란다. 우리는 우선 그곳에 들어가 메밀전과 비빔국수를 청하여 먹었다. 맛이 좋았다. 우리처럼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이 많으니 어쩜 우리와 같은 일정을 겪은 사람들일 것이다. 소설 속 배경이 된 메밀은 이렇게 또 유명세를 타고 있으니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사실 이효석이 이곳에서 생활한 시기는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곳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 정경을 세세히 묘사한 글은 교과서에 실림만큼 우수하였기에 이렇게 후대까지 그 영광을 누리고 있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그 글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니도록 하였다. 여행이란 이렇게 옛것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내가 몰랐던 특성을 찾아주며 그 틈에 나를 돌아볼 수도 있다. 이처럼 답사와 여행이 우리의 정서함양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음이니 누구나 추구하는 시간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문학관 오르는 길

잘 깎여진 연필을 잡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글이 술술 써 질것 같다.

 

 

물레방아 가는 길을 따라가면

소설 속 그 정경을 만날 수 있을까~~

 

 

문학관과 뜰에 조성 된 조형물

참 가지런하다. 문학관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음식점을 나와 문학관을 찾아 나선 길. 야트막한 동산을 이루며 조성된 문학관에서 이곳 강원도의 자부심을 느껴본다. 몸의 피곤함도 그렇고, 돌아가는 긴 시간을 챙겨야하는 마음은 문학관에 깊은 정을 쏟지 못하게 한다. 문학관을 세세히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곳을 꼭 들려야겠다는 설렘이 있었기에 지난밤 한숨도 자지 못한 나른한 몸의 불편을 감수하고 이 시간까지 버텨온 것이리라. 돌아오는 차에 오르자마자 깊은 잠으로 빠져든 나~  길 위에서의 달콤한 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