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오대산을 오르며 (4.적멸보궁 ~ 비로봉)

물소리~~^ 2013. 8. 27. 15:36

 

 

 

 

 

 

적멸보궁 오르기 직전의 약수 (오대산의 마지막약수라 한다)

용안수라고 하는데 표지판이 없었다.

용안이란 이 자리가 용의 눈에 해당하는 자리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그 뜻에 비해 너무 허술한 약수터!

물을 먹기 위해 뚜껑을 열고 바가지를 깊숙이 넣어야 겨우 닿았다

그런데 물맛이 참 좋았다.

 

 

적멸보궁 오르는 길

 

 

예전에 한 번 허리통증으로 인해 수술을 받은 적 있는 남편은 평지와 달리 산길 오르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한다. 하여 보통의 사람들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남편은 늘 나보고 앞장서서 일찍 올라가라는 손짓을 해 보이곤 한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주위를 살펴보며 귀한 꽃들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미지를 먼저 답사해 보는 경험을 하고 있으니 남편의 어려움을 나의 이로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고맙기도 하다.

 

 

 

 

 

 

적멸보궁

차마 정면에서 찍을 수 없었다.

 

 

등산길을 벗어나 또 한 번의 가파른 길을 올라야 만나는 적멸보궁을 그렇게 혼자 다녀왔다. 적멸보궁이란 법당에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두는 곳으로 우리나라에 다섯 곳이 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이곳 오대산의 적멸보궁은 석가의 정골사리를 봉안했다고 한다. 나의 자질구레한 설명보다는 안내판의 설명이 간단명료하게 흡입된다.

 

 

 

 

작은 마애불탑과 ~~

 

법당 뒤로는 작은, 수수한 마애불탑이 있었고 아주 낮은 암석이 솟아 있었다. 이 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그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법당 주위를 돌고 있었다. 간절함이 있으면 나를 낮추는 마음은 저절로 우러나는 법! 나 역시도 삼배를 하고 돌아 나서는 길, 차마 그곳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살짝 빠져나와 폰으로 마애불 모습을 살짝 찍어 보았는데 차르륵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나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부처님께서 무엄하다고 나를 꾸짖을 것 같으니 그만 나의 간절함을 내려놓고 말았다.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무심의 빈 마음으로 되돌아 내려오노라니 허전하였다. 계단 아래 남편은 쉼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아. 그렇다 여기에 있었다. 나의 바램을 위한 기원은 여기 앉아 있는 사람의 마음 평화로부터 기인하는 것임을… 이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것만으로도 난 오늘 톡톡히 부처님의 영험을 받은 것 아닌가? 아주 경쾌한 마음으로 이제 거칠 것 없이 비로봉을 향해 차고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대산을 흔히 육산이라 한다. 등산하는 장쾌함은 지리산을 따를 수 없고 빼어난 암석으로 남성적인 산인 설악을 따를 수 없지만 전형적인 흙산의 오대산은 그만의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음에 꼭 한 번 찾아볼 가치가 있음을 잘 알려준다고 한다. 계곡길이 아름답고 거찰 월정사가 있으며 비천상이 아름다운 동종이 있다. 또한 최대의 전나무 숲이 있으니 명산이지 않는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국보 3점을 친견했고 그 모두 불교문화재였으니 어쩌면 불가의 산이었을까. 나만의 편한 마음을 깨닫고 편안한 마음으로 불가의 산 테두리를 벗어나니 거목의 산이 나를 반긴다. 서있는 나무도, 쓰러진 나무도 모두 우람하기 이를 데 없으니 괜한 든든함이 차오른다. 거대한 나무들이 내려주는 그늘이 있어 우려했던 무더위를 비켜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염려할 것 없는 숲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산은 제 몸을 내 주었지만 가파름만은 깎아주지 않았다. 앞 뒤 선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를 거침없이 빨아들이는 숲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나그네들도 소용돌이에 빨리는 것처럼 계속 계속 발길을 앞으로 내딛고 있을 뿐이다. 나무 사이로 언뜻 언뜻 비친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그 사이를 비집고 빠르게 쏟아지는 햇살은 가히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다. 그 틈에 힘든 마음을 잊게 해주는 존재들이 있으니 꽃이었다. 그들이 있어 힘든 걸음만큼 힘이 생기는 듯싶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겠다.

 

 

 

흰진범

 

 

투구꽃

 

 

등산로 양 주변으로 피어나는 계절 야생화들이 어찌나 예쁜지 사진기에 담느라 나의 걸음은 저절로 남편의 보조에 맞추어지고 있었다. 어쩜! 진보라의 투구꽃! 아니 이건? 흰진범이 아닌가? 애석하게도 흰색의 꽃은 강한 햇빛으로 심한 반사가 되어 사진기에 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무작정 찍었다. 그러다 보면 그 중 잘 찍힌 것이 있을 거란 기대감이었는데 몇 시간 후, 카메라에 화근으로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여한 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본 등산객들이 말한다. ‘정상에 오르면 이쁜 꽃들이 넘~~ 많아요’ ‘그래요?’ 들뜸을 안고 오르는데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린다. 어머나! 오대산 정상 비로봉이었다.

 

 

 

 

그 울창한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빙 둘러진 곳에는 나무 한그루 없었다. 그 뻥 뚫린 그곳에 햇살이 여한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사방의 정경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얼마나 호쾌함인가. 주위를 돌고 돌며 마음껏 즐기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하늘과 바람과 햇빛은 서로 어울려 시시각각 풍경을 달리하며 절경을 풀어내고 있었다. 360도 뚫린 곳!!

 

 

 

 

 

 

 

 

 

 

 

 

칼럼니스트인 조용헌 교수는 이렇게 사방이 뚫린 곳의 정기를 받으려면 최소 3일 이상 이곳에서 잠을 자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이곳을 오기위해 3시간을 걸었고 30분을 머물렀다. 이제 다시 내려 가야하는 시간이 되니 3바퀴를 더 돌고 내려가야겠다. 그럼 3일 밤에 조금 근접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을 바라본 하늘은 빙긋 웃기만 할 뿐이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말없이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판이 참 친근하다.

내려가야하는 내 인생의 방향표시판은 어디에 있을까.

 

 

 

비로봉에 오르며 만난 야생화

단풍취

 

 

새며느리밥풀

 

 

까치고들빼기

 

 

바위떡풀

 

 

긴담배풀

 

 

정영엉겅퀴

 

 

오리방풀

 

 

흰진범

 

 

까실쑥부쟁이

 

 

투구꽃

 

 

쥐손이

 

 

송이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