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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오대산을 오르며 (1. ~ 월정사)

물소리~~^ 2013. 8. 26. 14:42

 

 

 

 

 

 

우리나라 산 봉우리 이름 중 비로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들이 참 많다. 금강산, 소백산, 오대산, 치악산 등의 최고봉이며, 최고봉은 아니지만 지리산에도 비로봉을 가진 봉우리가 있다. '비로'는 불교용어로 '높다'는 뜻이며 모든 곳에 두루 비치는 부처의 몸의 빛을 뜻한다고 한다. 높은 곳에서 두루 비치는 빛! 그 명소를 찾아 지난 토요일 오대산의 비로봉(1,563m)에 올랐다.

 

새벽 2시에 출발하는 당일 산행을 계획하고, 금요일 저녁 퇴근 후 부지런히 산행준비를 하였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은 다행히 초저녁부터 잠을 자기 시작했지만 이것저것 준비해야하는 나는 마음만 바쁠 뿐 두서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준비를 다 마친 후에도 좀체 잠이 오지 않는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설핏 잠이 들면 오히려 더 못 일어날 것 같아 컴 앞에 앉아 읽은 책의 리뷰를 간단히 정리하고 나니 출발시간이 다 되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북으로 갈수록 빗줄기는 가늘어지니 차 윈도우 브러시도 간간히 차창을 쓸어준다. 한 밤중의 고속도로는 한적하였다. 한적함을 틈 타 무언가를 잔뜩 싣고 달리는 화물트럭들의 육중한 몸놀림이 왠지 든든해 보였다. 저렇게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산업이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한 숨도 자지 않았지만 차 안에서도 졸리지 않으니 내 몸도 참 이상하다. 조금이라도 잠을 자 주어야 산행 시 몸의 무리가 없을 텐데…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억지를 부리진 않았다. 강원도에 진입 해 평창휴게소에 도착, 잠시 쉬어본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유명해진 평창이어서인지 관심이 크다. 하지만 어둠이 더 짙은 시간의 휴게소 역시 한적하기만 할 뿐~~ 서둘러 차를 출발하였다. 깊은 산세에 싸인 고속도로가 강릉에 가까워질수록 차량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아마도 마지막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행렬이리라.

 

 

 

 

 

 

 

드디어 월정사 매표소가 보인다.

 

 

정확히 5시간을 달려 아침 7시 10분 월정사입구에 도착했다. 설렘을 안고 매표소를 지나 들어서니 단아한 월정사 일주문이 나를 반긴다. 싱그러운 풍경과 공기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 얼마만인가. 직장 다니던 시절, 겨울에 단체로 오고 나서 처음이니 30 여 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내가 보았던 풍경들은 얼마만큼 변해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였다. 내 기억도 변화가 있는 걸까. 흐릿한 기억 속에 월정사에서 나무사이에 얼굴을 디밀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만 날 뿐이다.

 

 

 

월정대가람(일주문)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

 

반가운 전나무 숲!!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울울창창한 전나무들은 하늘 모르고 치솟아 멋진 자태를 여한 없이 뽐내고 있다. 잘 다듬어진 숲길과 길 따라 이어진 계곡의 물소리, 쭉쭉 뻗은 나무줄기 아래에 자리 잡고 올망졸망 피어있는 꽃들! 나도 모르게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늦여름 이랄 수 있지만 서늘함이 전해온다. 참 좋다. 나무가 안겨주는 이 상쾌함을 한 아름 싸안고 가서 이곳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원래 월정사에 이르는 길이 이 전나무숲길 뿐이었으나 이 아름다움을 잘 보존하기 위해 우회하여 가는 길, 찻길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역시 세월 따라 변한 것 중 하나이다.

 

 

 

 

성황각

 

해찰 심한 어린아이처럼 위, 아래, 옆, 뒤를 돌아보기를 반복하며 걷노라니 계곡 옆으로 작은 전각이 나타난다. 성황당(각)? 이란다. 이 성황당은 이 지방의 서낭신(마을과 토지의 수호신)을 모신 당집으로 우리나라 전통의 샤머니즘과 월정사의 불교 사상이 융합한 결과이다. 불교와 우리 민족의 샤머니즘의 융화는 전국 사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내소사처럼 전각이 아닌 당산나무를 절 마당에 끌어 놓은 경우도 그 예다.

 

 

전나무 숲길의 야생화

  

 

 

물봉선

 

 

멸가치

 

 

눈빛승마

 

 

흰물봉선

 

 

산박하

 

까실쑥부쟁이

 

 

병조희풀 (벌이 꽃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