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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섬, 울릉도를 찾아서

물소리~~^ 2013. 6. 18. 20:47

 

 

 

울릉도 도동항

 

 

 

새벽 3시 아파트 주차장 출발, 어둠속 여행, 왜 굳이 떠나기를 원하는가.

어쩌면 내 안식처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간절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둠을 뚫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내내 걱정이 맴을 돈다. 이왕 떠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함에도 어리석은 중생은 내가 소유했던 것들에 대한 욕심일까. 문은 잘 잠갔는지, 가스와 전기는 잘 점검했는지, 특히 아이들이 걱정된다. 이제는 다 큰 아이들 무에 걱정하느냐 하겠지만 아직은 살아가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을 떨쳐두고 떠난다는 것에 못내 미안함이 앞선다. 이 모든 감정들은 내 울타리안의 것들에 대한 소유욕이라기보다 믿지 못하는, 내가 있어야만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내 마음 속, 나만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훨훨 떨쳐버려 보자.

 

5시간여를 달려 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 바다를 만나는 순간 여행이라는 실감이 모든 감정에 우선하며 약간 들뜸을 안겨준다. 다행이다. 울릉도여행 3번째 도전이다. 여태 기상악화로 출발을 못했거나, 출발하고도 회항한 경험이 있기에 햇빛이 쨍한 더운 날씨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껴본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다. 어떠한 연유로 생성된 섬이든 그만한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섬, 그런 섬에 대한 그리움은 우리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지녀본 감성일 것이다. 섬, 외로움, 외로움이라 느껴지는 그 감성에 사무치도록 빠져보고 싶은 것 아닐까. 섬으로의 초대장을 받은 내 마음을 실어주는 배의 흔들림마저 낭만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배를 타고 3시간 만에 울릉도에 도착, 도동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느낌은 참 많이도 황당했다. 항구의 부산함과 북적거림을 생각했던가 보다. 내리자마자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만났고, 능선마다 촘촘히 꽃을 피운 기린초일까, 아니면 바위채송화일까. 산등성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항구의 초라함을 노란색의 꽃들이 가려주는 듯싶은  꽃들에 반가움이  일었다.

 

어쩜 절벽에 가까운 해안선을 따라 그 좁은 틈을 용케도 뚫고 앉은 울릉읍이었던 것이다. 내 상상의 울릉읍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주택이나 상점들이 옆으로 넓게 퍼져있는 상태가 아닌 산을 타고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가며 형성되어 있었다. 집과 집 사이의 도로들도 가파르면서도 좁았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안내해 주기로 한 기사분을 만났고, 다른 여행객 일행들과 합쳐 10명이 기사의 안내를 받으며 도동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 일주를 시작했다. 지나치는 비경과 그에 따른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들려주면서 운전을 하시는데, 그만 내 마음이 조마조마할 정도의 길을 잘도 운행 하신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과 그에 기대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어쩌면 삶의 고단함이 이토록 풍경이 되어 다가올 수 있을까. 바다의 생물들을 채취하고, 산에서 자라는 나물들을 채취하며 살아가는 일은 섬사람들의 삶의 수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수단을 우리는 여행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 이는 어쩌면 섬사람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하는 일이 아닐까. 그들의 수단이 목적으로 변질될 때, 목적달성을 위한 마음 안에 욕심이 자리하지 않을까하는 작은 우려가 맴을 돈다. 

 

웅장한 해안절벽 가까운 바다에는 우뚝 솟은 우람한 바위들이 문득문득 보인다. 어쩜 그렇게 이름도 잘도 부쳐주었는지 정말 닮은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그 바위들 이야기를 기사아저씨는 재미나게 잘도 설명을 해주신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곁들여 바라보는 풍경은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바라고 싶고 이루고 싶은 마음은 오죽할까. 그 마음들을 빗대어 이야기를 만들고 전설로 내려오게끔 하는 마음들을 대신하여 서있는 바위들! 그 바위들이 지닌 전설들은 어쩌면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들인지도 모를 일이다. 잘한 일은 본받고 나쁜 일들에 대한 징계처럼 일러주는 그러한 의미 없이도 그저 모습만으로도 상상력을 안겨주는 바다 속 바위들이다.

 

화산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는 나리분지에서 또 만난다. 해발 600m 고지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이었다. 산의 비탈에 따라 형성된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평지를 이루고 있는 곳이란다. 그래서 분지였고 정착민들이 섬말나리뿌리를 캐어먹고 살았다하여 나리분지라는 이름이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노란색의 섬말나리꽃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곳에는 일자형의 너와집이 있었고, 나무와 갈대로 엮어 지은 투막집이 보존되어 있었다. 외딴곳, 높은 곳에서 살아야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아스라하게 젖어온다.

 

섬은 나 혼자 조용히 살고 있는 곳이 아니다. 갇혀 지내는 곳일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의 유배지가 대부분 섬이란 것을 보면 갇혀 지내는 곳이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갇힌 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수단이었지 결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었을 거란 믿음을 저 집들은 말없이 말해주고 있다.

 

나리분지의 탐방을 끝으로 오늘 일정을 마친다. 오늘밤을 나는 이 섬에 갇혀 지내며 또 내일의 탈출에서 새로운 갇힘을 기대해 본다.

 

 

 

산등성의 기울기 따라 비스듬히 피어있는 기린초

노란빛으로 여행객들을 환영하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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