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의 일상이 고단했나 보다.
늘 습관적으로 눈 뜨는 시간에 잠을 깼지만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다.
그냥 그대로 가만히 누워있노라니 창밖에서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 누군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 했는데…
아무리 더운 날이어도 스며드는 계절의 신호를 숨길 수 없나 보다
새벽 기운이 어제와 사뭇 다른 느낌이니
산 아래 위치한 아파트여서 이렇게 가까이 자연을 느낄 수 있음이 참 좋다.
그래, 오늘은 저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조금 더 누워있자 마음 작정하였다
잠자는 동안에는 더위를 몰랐는데 눈을 뜨고 감각들이 살아나니 더운 기운이 올라온다.
에어컨을 작동하려고 창문을 닫으니 어쩜! 풀벌레소리가 뚝 끊겨 버리지 않는가!!
창문을 닫는 나의 행동이
내가 먼저 저들의 부름을 거부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후다닥 차림을 하고 산책을 나섰다.
평소보다 10여 분 정도 늦었지만 부지런히 걸으면 될 것이다.
밖으로 나오니 풀벌레들은 더욱 활기찬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마치 나를 환영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저들이 나태해진 내 마음을 부추겨 주었으니
오늘 하루도 나는 기분 좋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올 여름 너무 더운 날씨와 남쪽지방의 가뭄으로
차라리 태풍이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한 농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태풍을 필요악이라 하지 않던가.
여름의 끝이자 가을의 시작을 알려주는 태풍소식이 있다.
8월 하순 경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태풍 2개가 발생했다 하는데
많은 영향은 끼치지 않을 거란 예보다.
그런데 그 태풍 이름이 재밌다.
12호 태풍 “짜미” 는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이름이며
13호 태풍 “페바” 는 복숭아야자라는 나무 이름이라고 한다.
작년의 태풍 볼라벤은 유난하게도
많은 나무들을 상처내고, 넘어뜨리고, 뽑아놓곤 했는데
그를 상쇄라도 할 요량인지 연이은 태풍이 나무 이름을 가지고 오는 것 같다.
올 해는 부디 나무처럼 우리에게 이로움을 잔뜩 주고 갔으면 싶다.
더위가 물러가면 태풍이 오고, 태풍이 지나면 가을이 따라온다.
이 세상 이치 모든 것은 하나가 가면 또 다른 하나가 오고 있음이다.
더운 날 다 갔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시원한 계절이 온다고 기대에 부풀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재가 가장 좋은 최상의 행복이라 여기는 마음이라면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으려니
이제 남은 더위도 친근함으로 맞이할까보다.
한련초
어느 건물 외벽을 벗 삼아 피어난 꽃~
깔끔함으로 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한련초 외, 묵한련, 묵두초, 묵초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줄기를 자르면 검은 즙이 나온다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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