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어스름이 내린 초저녁 하늘의 반달이 참 어였뻤어요.
그런데 그 달은 새벽녘에는 볼 수 없지요.
내가 새벽 산행을 나서기 전에 이미 서쪽하늘을 넘어가 버리니까요.
매일 40분씩 늦게 떠오르는 달의 습성으로 인하여
제가 새벽녘에 만날 수 있는 달은 정확히 보름달부터이지요.
그 보름달도 산을 막 올라가기 시작할 때만 볼 수 있고
내려올 때는 이 또한 서쪽하늘로 숨어 버린답니다.
그런저런 모습들을 대하면서 느껴온 생각은
새벽은 밝아오는 것을 뜻하지만
의외로 소멸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별빛이 그러하고
달빛이 스러지고,
또 어둠이 차츰 소멸 되지요.
밝음과 어둠이 같은 공간에서 교차하는
처음과 끝을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 처음과 끝남이 공존하는 시간 속에
서 있는 제가 어느 땐 자랑스럽기도 하지만요
때로는 나를 시작해 보기도 하고
끝내 보기도 한답니다.
어제 아침 새벽 산을 내려오는데
허공에 거미가 있는 거예요.
아 . 글쎄, 저 거미는 거미줄을 투명으로 만들었나 봐요.
한순간 거미만 달랑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요.
요즈음 아이돌처럼 춤을 잘 추는 거미인가 보다고
신세대 거미라 명명하고 얼른 사진을 찍는데
움직이지 않고 포즈를 취해 주었어요.
저 거미는
이 새벽에 무엇이 소멸되고, 무엇이 시작한다고 바라보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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