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책 읽기를 마치자마자 신문의 기사가 나를 확 끌어당긴다. 아침 한 신문의 칼럼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 만델라가 위독하다는 기사를 봤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지만, 그의 위독함이 이렇게 세계적인 뉴스가 될 수 있을까하는 작은 의아심을 가지고 기사를 읽어가노라니 가슴 뭉클함이 전해온다. 그가 입원해 있는 병원 담벼락에는 쾌유를 비는 글과 꽃다발이 가득한 사진도 올려 있었다.
한 사람의 그 무엇이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할까. 만델라 대통령은 남아공이 영국의 식민지로 지배당하며 백인들이 저지르는 부당한 억압과 착취를 직접 겪으며 성장하였다고 한다. 어렵게 대학에서 법을 전공한 만델라는 남아공 사람들을 위해 정치적인 투쟁에 앞장섰다. 이에 정치적 죄인이 되어 27년의 감옥생활 후, 73세에 출소 했고, 3년 후 76세에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다.
내 좁은 소견으로 감히 논 할 수 없지만, 그는 단순한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적을 용서하고 다양한 민족의 인종과 문화를 통합하며 하나로 이룬 세계적 거장이었다. 전 인류를, 세계를 감동케 한 그 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그런 마음들이 글로 꽃으로 행렬을 이룬 것이라 여겨지니 큰 관심으로 끝까지 기사를 읽어 내렸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다소 긴 제목의 책의 주인공이 원주민과의 생활에서 그들을 인정하고 이끌어주고 안아주는 메시지에 감동을 받아서인지 만델라대통령을 향한 존경의 행렬이 나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그가 주장한 인류의 공동체 의식을 한순간 책 속에서 발견한 특별함이 번뜩이며 관심을 배가 시켰다.
이 책은 책보다 영화로 더욱 알려진 작품이다. 나 역시 영화를 통해 먼저 알았기에 책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광활한 아프리카의 대지의 생동감이 좋았고, 특히나 사랑의 이야기가 그 배경을 타고 펼쳐지는 아름다움에 빠져들었으며, 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배경음악이 되어 흐르는 황혼녘의 풍경이 마음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하여 진즉부터 책을 읽으려 펼쳤다 접어두기를 오랜 시간 반복하다가 최근에 박차를 가하여 읽기를 마친 책이다. 처음보다는 읽을수록 아프리카에 대한 매력과 원주민들의 삶과 그들의 생활방식에 깊은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 카렌 블릭센을 남자로 알고 있었다. 아프리카하면 험준하고 미개한 지역과 원주민들의 뚝심이 남성상을 먼저 떠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책을 읽다 작가가 여자라는 사실에 놀라워 몇 번이나 확인을 했었다. 더구나 실제 생활에 대한 회고록이라니!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의 그 용감함이 사뭇 경이롭기까지 하다.
카렌은 아프리카중의 아프리카인 케냐의 은공언덕에 농장을 짓고 커피 플랜테이션을 운영한다. 그에 원주민들을 소작농으로 고용하여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이어간다. 영화의 장면을 이 책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영화처럼 낭만적이지 않았고 작가는 그곳에서 살아가며 원주민들의 특성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깊숙한 질서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야생동물들의 움직임과 그들과 주고받는 교감을 실감 있게 그려내니 내가 잠시 아프리카 그 어느 곳에 우뚝 서 있는 그런 느낌도 들었다. 원주민을 대하는 그녀의 시선은 늘 따듯했으며 그녀 스스로 원주민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멋진 삶이었다.
원주민은 미개한 것이 아니라 자연을 닮은 순수함, 너무나 순수해 바보 같음에서 지혜를 읽어내기도 한다. 그녀는 그들에게서 삶의 활력을 느끼며 대자연을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함을 깨닫곤 하니 나는 나의 일상을 바늘구멍만큼이라도 그에 대입하며 안도감으로 읽어 내려갔다.
원주민들에게 먼저 마음을 주고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진심을 원주민들도 깊이 깨달으며 그녀를 위해 헌신한다. 영화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데니스는 이 책에서는 가까운 친구정도로 나온다. 책을 읽으며 사랑하는 남자는 누구지? 하는 의문이 내내 떠나지 않았고 말미에서야 ‘아, 데니스가 영화의 남자 주인공 이었구나’ 를 느꼈으며 그 죽음을 애절하고 가슴 깊이 솟구치는 슬픔을 느끼도록 표현함에 영화의 주제가 되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데니스의 죽음에 백인들은 물론 원주민들은 근친을 잃은 것 같은 슬픔에 빠진다. 그 이유를 작가는 “그들이 진정으로 그(데니스)를 기억하고 그리워했던 건 그(데니스)가 자의식이나 이기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었으며 백치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무조건적인 진실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라고 표현했다(p329)
어쩌면 만델라대통령의 위독함을 애석해하며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들의 행렬은 데니스의 죽음을 슬퍼하는 원주민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만델라의 순수한 열정과 진심어린 애국심과 인류를 향한 구원의 메시지는 영원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릴 것이다.
백인여자가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며 원주민들과의 어울리고 마음을 나눌 수 있음은 무엇보다도 그들을 진심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해주고 함께한 마음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 인간의 지닌 존엄성이 피부색으로 구분되어 차별 받을 수 없음을 깊이 깨닫는 순간의 날들이 만델라대통령과 자연스레 연계되어 지극한 관심으로 이어짐은 우리 인류가 희구하는 희망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만나보지 못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순한 눈망울을 깊이 바라보며 마음을 크게 열어 그 순수함을 나누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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