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소금

물소리~~^ 2013. 4. 19. 10:31

 

 

 

 

 

 

 

 

삶의 고단함이 풍경이 되어 비치는 곳 중,

나의 마음을 가장 아릿하게 해 주는 곳은 염전이다.

곰소염전이 그러했고 신안 임자도의 염전을 그렇게 만나 보기도 하였다.

유별나게 낮은 지붕의 소금창고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남루한 모습이다.

그래서 애상스럽기 조차하다.  

 

망망대해를 흐르던 바닷물이 염전에 갇히어

뜨거운 여름 햇볕을 견뎌내며 소금을 만들어 낸다.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소금은 짠맛이 아닌 쓴맛을 낸단다.

햇볕과 바람의 조화로 영글어지는 소금이지만

그에 어찌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여러 맛에 우리 인생의 모습을 버무린

작가의 경이로운 역량에 미칠 듯 흡입하여 하루 만에 읽어낸 책 ‘소금’ 이었다. 

 

주인공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풍경은 낯익은 편안함이었다.

그 사이사이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성장과정과 역할과 책임이 무섭도록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이 책에서 소금은 밥이 된다.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밥이며 자식들을 가르쳐야하는 돈이었다. 

 

주인공 선명우는 가족의,

특히 아버지의 희망이 되어 어릴 때부터 홀로 떨어져 살게 된다.

염전을 하시는 아버지의 살벌하도록 무서운 집념에

그는 부지부식 간에 온 식구의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생활을 한다.

공부를 잘한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를 빨아먹는 빨대가 된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아내와 딸들에게 빨대로 빨리는 존재가 된다.

오직 그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는 돈을 벌어야 했으면서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

조금만 부족해도 그들은 빨 것이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무능하다고 구박한다.

그 예전에 아버지를 빨아야 했던 자신이 이제는 빨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비윤리적 거래라 표현하였다. 

 

우연한 일에 부딪치며

가출을 하게 되는 선명우는 그대로 자신의 아버지의 족적을 따라 나선다.

그 길에서 만난 또 다른 가족과 생활하는 그는 충직하게 살아간다.  

 

주인공이 걸어가며 만나는 삶의 길들은 소금의 여러 맛처럼 다양했다.

짠맛, 신맛, 단맛, 쓴맛이 고루 섞여 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좋은 소금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좋은 소금을 만들기 위해 이제 그는 아버지가 하던 염전을 일구고 있다.  

 

오직 먹고 살기위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소금을 만들고 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 한 식구가 된 아이들에게는

빨대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방치하지 않을 결심을 한다.

 

아버지, 그 시대의 아버지~ 우리 아버지!

무엇을 위해 사셨다 가셨을까. 과연 우리들은 아버지를 위해 어떤 일들을 했을까.

우리를 바라보시며 얼마나 혼자 외로워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진다.

이제 남루하게 남은 지붕 낮은 소금창고지만

그래도 한 때 하얀 소금들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고 싶었다. 

 

인생의 모든 맛을 지닌 소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그 맛들을 느끼는 순간순간 삶의 방향에서 얼마만큼 충실해 왔는지를 생각해 본다.

작은 한숨 한 자락 길게 뿜으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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