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조도등대
조도항에 몇몇 손님들과 우리 차를 내려준 배는 조금치의 망설임 없이 회항을 한다. 저 배가 가 버렸으니 나는 지금 뭍으로 나갈 수 없노라. 나는 한순간 이 섬에 남겨진 외로움을 느낀다. 이곳도 여행지로서의 이름이 있는 곳이던가? 관광안내라는 조그만 부스에서 한 여성이 나오더니 친절하게 말을 걸어온다. 우리의 일정을 묻기에 다음 배로 나갈 것이라 하니 시간에 맞게 어디어디 다녀오라며 알려준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친절함은 대접받는 기분이 된다.
조도는 하조도와 상조도로 이루어 졌고 주변에 무수한 섬들을 품은 섬이었다. 우리는 먼저 하조도등대를 찾아 나섰다. 길은 아직 닦여지지 않았지만 자동차 한 대가 지날 만큼의 넓이로 길이 나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들썩임은 길이 품은 옛날 풍경이 추억 속 고향의 길임을 알려주는 너스레 같았다. 구불구불 한참을 달린 후, 단 몇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주차를 하고 등대까지 걸었다.
아스라한 절벽과 그 절벽에 맞닿은 푸른 바다. 그 바다 위에는 어민들의 양식이 되고 있는 양식장이 점점이 박혀있다. 어느 화가가 파란 도화지에 뜻 모를 그림을 그려 놓은 듯,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이라고 괜한 의미를 부여하며 바라보고 싶었다. 천혜의 절벽에 옹기종기 피어있는 노란 원추리 꽃! 그들 역시 스스로 화가가 되고 물감이 되어 절벽을 수놓고 있었다. 참 아름답다. 기분이 확 풀리며 그냥 뻥 뚫리는 느낌이다. 잠깐 동안의 걷는 길은 오솔길처럼 아기자기하다. 그에 품은 한여름의 열기가 있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상쾌하다.
등대 앞에 도착, 멀리서 바라본 가녀림이 아닌 웅장한 모습이다. 외로움을 삭히며 서있는 등대의 외로움을 덜어주려 함인지 주위의 풍경들마저 한껏 제 멋을 부리고 있다. 웅장하면서도 정갈한 풍경을 마주 하노라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임을 알겠다.
등대! 그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있을까. 말없이 우뚝 서 있음만으로 나그네를 섬으로 불러들이는 매력은 무엇일까. 배와 등대. 무언가를 싣고 넓고 넓은 바다를 지나야하는 배는 타고난 운명일까. 섬 안에 갇혀 지내는 외로운 등대도 타고난 숙명이겠지. 배가 오고 있음에 반갑고 등대가 있어 희망을 가지는 두 마음이 만나 허공에서 섬광처럼 반짝임은 서로의 운명들을 거스르지 않고 헤쳐 나가는 지혜일 것이다. 그 지혜를 얻고 희망을 가져보고자 내딛는 나그네들의 무수한 발걸음으로 닦인 길을 나 역시 나그네가 되어 이렇게 걸어본다.
등대를 둘러싸고 있는 암벽!
'만물상' 이라 말한다고 했는데 정말 기기묘묘한 형상이다.
촘촘히 뻗어있는 톳 양식장
등대 가는길에서 반겨주는 꽃들~~
돌가시나무
찔레꽃 지고나면 피는 돌가시나무
찔레보다 꽃도 크고 잎이 두툼하다.
찔레는 매혹적인 향기가 있지만 돌가시나무는 향이 거의 나지 않지만
바닷가를 배경으로 피어나는 모습은
홀로 멋을 자랑하는 조금은 도도한 모습이기도 하다
원추리의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 이란다.
꽃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낭떠러지 절벽에 무수히 피어난 원추리~~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구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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