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진즉 책을 구입했고
또 한 권을 선물로 받았었다.
그 중 한 권을 지인한테 또 선물을 해 놓고서는
아직 읽지 못했는데
지독한 감기로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덕택에
한기가 도는 몸을 이불로 뒤집어 감싸고 앉아 읽었다.
으레 잠이 오지 않으면
잠을 자려고 아등바등 하는 바람에
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되어 버리곤 하는데
지난 밤 만큼은
책의 내용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며 동감을 한 시간이 되었다.
박완서님의 글은 친근하게 다가오면서 쉽게 읽히는 글인데도
중간 중간 만나는 뜻 깊은 문장에 늘 새로움을 만나곤 한다.
작가의 말처럼
6.25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또렷해
늘 ‘울궈먹는다.’ 라는 표현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그래도 흥미로움으로 다가가는 까닭은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의 길이 우리의 길일 수도 있다는 동질감에서 일 것이다.
작가의 등단작 ‘나목’에서의 느낌이 선연한 가운데
작가님이 걸어간 길은
나에게는 못가본 길일수도 있음에
더 아름답게 펼쳐질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아니 아름답게 꾸며 나가는 나의 길이 되도록 노력 해야겠다.
여러 작품들 중 드물게 감동이 된 책이었다.
-책의 본문 중에서 -
#. 돌이켜 보면 내가 살아낸 세상은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사랑으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 할 것 천지였다 (p31)
#. 인간의 참다운, 인간만의 아름다움은
보통사람들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숨어 있는 것이지
잘난 사람들이 함부로 코에 걸고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p40)
#. 어떠한 극한 상황에서도 우리를 덜 절망스럽게 하고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거야 말로 바로 문화의 힘일 터이다. (p75)
#. 어느 만치 떨어져서 바라봐야 남대문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나.
그 적정거리를 나만이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으로 족했던 것이다. (p76)
-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지극한 진리임을 느꼈다. -
#.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는 것은 그게 명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당시의 마음상태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p154)
#.구형의 표면에선 아무데나 자기가 선 자리가 중신이 된다.
만인의 중심일 수 있는 조형물은 신의 상상력 아니면 될 수 없는 일이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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