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3월을 타고 와서
6월을 타고 떠났습니다.
여름이 타고 와
내린 빈 배에
조용히 앉아 떠나갔습니다.
왠지 서럽게 왔다
서럽게 떠나는 봄인 것처럼.
봄을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구두 가게에 들러
앞 코가 뚫린 정장구두와
막 신어도 편한 샌들,
그리고 사무실에서 끌고 다녀도
소리가 나지 않는 우레탄 샌들을 장만했습니다.
또 밤에는
늦은 시간까지 옷장 순서를 뒤바꾸는 일을 했습니다.
이미 세탁해 놓은 길고 두꺼운 옷은 깊숙이 밀어 넣고
짧고 얇은 옷들을 가시거리 안으로 내어 놓았습니다.
그 와중에 묻어나는 먼지며
쓸데없는 것들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고
깨끗이 빨아놓은 걸레로 박박 닦기를 신나게 했습니다.
닦을수록 개운해지는 마음은...
봄은 그렇게
내 안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면서
개운한 마음으로 여름을 맞이하라 일러주고 갔습니다.
모두 봄이 주고 간 선물이었습니다.
아, 그리운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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